임금 인상 자제하고 고용은 소폭 늘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금융위기 속에서 국내 대기업들은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고용은 소폭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 기준 100대 제조업체들이 전자공시(dart.fss.or.kr)한 올해 상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100대 기업의 올해 상반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261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54만원)보다 2.89% 올랐다. 올 상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인 3.33%에도 못 미쳐 물가까지 따진 ‘실질 소득’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줄어든 셈이다.

고용은 약간 늘었다. 6월 말 현재 100대 제조업체의 종업원 수는 총 63만9063명으로 1년 전(63만7201명)보다 1862명(0.3%) 증가했다.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줄이고 임금은 동결 또는 반납하는 등 ‘일자리 나누기’에 힘쓴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신규 투자를 꺼려 고용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지난해 6월 말부터 1년 새 고용을 제일 많이 늘린 곳은 LG디스플레이로, 종업원이 1만6841명에서 2만1434명으로 4593명(27.3%)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경북 구미 공장을 신·증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면서 직원을 많이 뽑았다. 이 같은 투자에 힘입어 이 회사의 전 세계 대형 LCD 패널 시장 점유율(매출액 기준)은 지난해 20.6%에서 올해 상반기 25.3%로 4.7%포인트 높아졌다. 신세계(2217명)·현대모비스(1560명)·대우건설(1193명) 등도 고용을 많이 늘렸다. 국내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고용을 유지한 것은 유수의 해외 업체들이 금융위기를 맞아 대량 감원을 한 것과 대비된다. 미국 인텔과 IBM은 올해 각각 5000명씩을 줄이기로 했으며, 스타벅스와 모토로라도 7000명씩을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국내 대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을 자제해 내수에 충격이 덜 했다”며 “이것이 한국 경제가 선진국들보다 빨리 회복세를 보이는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