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 방일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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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일 각료간담회에 참석한 김종필 국무총리와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29일 조선 도공의 후예 심수관 (沈壽官.72) 씨의 도요 (陶窯) 지를 찾았다.

도요지는 간담회가 열린 가고시마 (鹿兒島)에서 차로 50분 정도 떨어진 미야마 (美山) 라는 작고 깔끔한 마을에 자리잡고 있다.

그곳에서는 沈씨의 조상이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온 지 4백년이 지난 시점을 맞아 '조선도자기 전래 4백주년'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沈씨 일가는 일본을 대표하는 '사쓰마 (薩摩) 도자기' 의 본가.

그 도요지는 한국문화를 일본에 전래한 상징이며, 전쟁의 비극 속에 생겨난 선린 (善隣) 의 모습이기도 하다.

간담회가 일본열도의 남쪽끝 가고시마에서 열린 것도 그같은 양국의 우호정신이 담긴 도요지를 찾기 위해서였다.

양국 총리와 각료들은 沈씨의 안내를 받으며 가마터를 찾았다.

일행은 沈씨가 조상의 고향 (전북 남원)에서 가져온 '한.일 우호의 불꽃' 을 둘러본 뒤 바로 옆 둔덕에 소나무와 벚꽃나무 (사쿠라) 를 각각 기념식수했다.

일행은 沈씨의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는 길에 도고 시게요리 (東鄕茂德) 기념관 앞에 잠시 멈췄다.

도고는 조선도공의 후예로 2차 세계대전 때 일본 외상을 지냈는데, 종전후 A급 전범으로 복역중 자살했다.

일본측은 "조선도공의 후예인 만큼 기념관 내부까지 들어가자" 고 제안했으나 우리측은 "전범인 만큼 곤란하다" 고 거절, 기념관 입구에 있는 비문 (碑文) 만 둘러봤다.

비문은 오부치 총리가 외상시절 직접 쓴 것이라 金총리에게 보여주고 싶어했다.

金총리는 미묘한 문제인지라 이곳을 방문한 데 대해 "그냥 가는 길에 지나친 것" 이라며 언급을 자제했다.

일행은 沈씨의 공방을 찾아 도자기를 만드는 시연을 하고, '4백주년 기념석탑' 제막식에 참석했다.

가고시마 =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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