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일 정상회담 의미]동반자 관계로 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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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6일의 중.일 정상회담은 양국 우호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점이 가장 큰 성과다.

72년 국교정상화, 78년 평화우호조약체결에 이어 '평화와 발전을 위한 새 동반자 관계' 를 선언한 것이다.

양국이 공동문서 외에 행동계획을 통해 그동안 경제협력 중심의 관계를 정치.군사.문화분야로 넓히기로 하고 국제사회에서 협조키로 한 점은 새 중.일관계를 상징하는 것들이다.

양국 정상회담은 또 94년 미.러의 전략적 파트너십 선언으로 시작된 미.중.일.러의 4강 협력체제의 완결판이란 의미도 갖는다.

양국 국내적으로는 장쩌민 (江澤民) 국가주석의 경우 마오쩌둥 (毛澤東).덩샤오핑 (鄧小平)에 이은 '제 3의 지도자' 란 이미지를 부각시켰고,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총리도 나름대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과거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 공동문서에 서명하지 않음으로써 빛이 바랬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노나카 히로무 (野中廣務) 관방장관은 "두 정상이 서명하지 않아도 공동문서의 효력은 마찬가지" 라고 했지만 서명 보류는 여전히 취약한 양국관계를 반증한다는 풀이다.

당초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전쟁으로 굴절된 20세기의 양국관계를 매듭짓고 새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려 했지만 서명 보류 때문에 역사인식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미래' 에 무게가 실린 지난 10월의 한.일 정상회담과는 대비되는 부분이다.

중국이 과거사 문제를 중시한 것은 일본의 정찰위성 독자개발, 전역미사일방위 (TMD) 참가, 새 미.일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관련법 정비로 아태 안보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정상회담이 여러 성과를 낳았지만 과거사 문제가 표출된 것은 양국이 아시아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음을 드러낸 것" 이라고 말했다.

도쿄 = 오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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