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리는 그린벨트]해제 배경은 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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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난 71년 그린벨트 제도 도입 이후 정부는 47차례에 걸쳐 부분적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해 왔지만 구역 자체를 해제하는 '혁명적인' 조치는 감히 엄두를 못냈었다.

무질서한 도시의 확산을 막고 도시주변의 환경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지역내 주민들의 민원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역대 건설부 장관은 그린벨트 문제를 아예 언급하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여겨왔을 정도다.

그러나 재산권 침해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지역의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그린벨트를 재조정, 토지이용에 형평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았다.

이에 따라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그린벨트 조정 문제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웠고, 당선직후 이 문제를 1백대 과제에 포함시켰다.

金대통령은 지난 4월 건설교통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역 주민의 민원 등을 고려해 올 연말까지 합리적인 조정방안을 마련하라" 고 강력하게 지시함에 따라 해제의 물꼬를 트게 됐다.

건교부는 당초 집 마당 한가운데 그린벨트선이 그어진 것처럼 일부 불합리한 지역만 해제할 방침이었으나 상부의 '해제 의지' 가 워낙 강해 해제 범위를 대폭 늘렸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해제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제대상 지역 선정 등과 관련해 형평성 시비가 일 것이 분명하다.

만약 이번 해제를 계기로 앞으로 미해제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계속되고, 정치권이 정부에 해제 압력을 넣게 되면 그린벨트는 존립 기반이 위협받게 된다.

여기다 '상수원 보호구역' '군사보호구역' 등 유사한 강도로 규제되고 있는 다른 지역 주민들과 형평성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그린벨트내 사유지 가운데 구역지정 후 외지인들이 사들인 토지가 전체 그린벨트 면적의 45%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언제 재연될지 모르는 투기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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