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APEC참석]DJ 무엇을 제의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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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18일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에서 APEC투자박람회와 아시아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아시아경제회복 공동프로그램' 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제무대에서 金대통령이 취하는 또 하나의 외교적 주도권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APEC투자박람회 = 여러 나라가 한 곳에 모여 저마다의 '비교우위' 를 경연할 수 있는 장 (場) 을 마련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APEC회원국 어느 나라나 현재의 경제위기 극복에는 외자유치가 절실한 실정이다.

투자박람회는 회원국들이 양질의 자본을 찾아 헤매는 시간.장소.노력을 절약해 주는 것은 물론 과당경쟁까지 막을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하게 해준다.

정부는 이미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대부분의 회원국들로부터 서울박람회 개최 지지의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6월 서울에서 박람회를 개최하고 다음달부터는 회원국 희망에 따라 개최지를 옮길 것을 제의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金대통령으로서는 그때쯤 되면 국제적 수준으로 새로 태어난 한국의 투자환경을 국제투자자들에게 직접 확인시켜 외자유치와 한국의 신인도 향상의 전기로 삼겠다는 기대도 있다.

◇공동프로그램 = 프로그램의 취지는 아시아경제위기가 비단 금융위기를 맞고 있는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기초한다.

실제로 몇몇 나라의 위기는 이미 주변나라로 옮겨졌다.

우리나라도 그같은 피해자의 하나다.

따라서 도미노 현상을 보이는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모두가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게 金대통령이 주창할 프로그램의 기본골격이다.

金대통령은 이를 위해 재정확대.금리인하.금융지원 등 3개 과제를 제시할 생각이다.

이 내용은 외교통상부 한덕수 (韓悳洙) 통상교섭본부장이 각국 대표들과 사전 정지 (整地) 작업을 했다.

金대통령도 개별 정상회담을 통해 설득작업을 벌였다.

이는 정상회의 폐막때 채택될 공동선언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金대통령이 주창할 프로그램의 3개 과제중 재정확대는 선진국들이 내수확대로 아시아국가들의 수출을 도와 줘야 한다는 것. 미국.중국.일본.캐나다 등에 그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금리인하 역시 내수진작책의 하나다.

미국은 이미 두 차례 금리인하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추가 인하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국제적 금융지원 확대는 일시적 금융위기의 조기진화를 위한 지원확대다.

선진7개국 (G7) 의 9백억달러 조성계획이나 일본의 '미야자와 플랜' 에 의한 3백억달러 제공계획 등을 활용하자는 것. 金대통령은 금융위기를 겪는 나라들에 대한 주문도 할 예정이다.

내부 금융구조 개혁의 선결요구다.

쉽게 말해 '한국을 배우라' 는 것이다.

이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중간자적 입장을 고수하는 金대통령 특유의 포석이다.

그러면서 경제외교적으로는 한국의 개혁.개방의지를 대외에 재확인시키는 것이다.

콸라룸푸르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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