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APEC참석]정상회담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를 방문 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6일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제니 시플리 뉴질랜드 총리.고촉통 싱가포르 총리와 연쇄 개별 정상회담을 가졌다.

◇ DJ와 마하티르 입장차이 = 김대중 대통령과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총리의 정상회담은 두사람의 경제위기 극복에 대한 견해차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金대통령이 적극적 개방을 주창하는데 반해 마하티르는 기존의 아시아적 가치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 말레이시아 마하티르총리의 숙소인 POGH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두사람은 서로의 입장차이를 인식한듯 치열한 논쟁을 벌이지는 않았지만 30분이란 짧은 시간 속에서도 서로 짚을 것은 짚었다.

특히 단기 자본의 통제문제에 대해 두사람은 미묘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두사람은 아시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미국과 일본의 역할이 증대돼야 한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였다.

양국 정상의 이날 회담은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논전의 전초전적 성격을 띠었다.

두사람은 APEC 최고경영자회의 연설을 통해 나란히 서로의 입장을 주창하는 장외 (場外)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金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아시아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개혁과 개방일 수밖에 없다" 고 주장했다.

金대통령은 "각 국가 스스로 시장경제원리에 부합되지 않는 요소를 적극적으로 개혁하고 대외 개방을 확대하는 것만이 국가간의 협력을 보다 긴밀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역내 경제발전 성과를 극대화시켜줄 것" 이라고 강조. 그러면서 金대통령은 "한국은 지금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이라는 기본 개념아래 개혁과 개방의 실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면서 "한국정부와 한국국민은 외환위기를 이겨냈다.

또한 환율과 금리도 다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고 소개했다.

그러나 전날 마하티르 총리는 같은 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개방화를 하기에는 경제규모가 너무 작다" 며 "말레이시아의 독특한 처방을 그냥 놓아두기 바란다" 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특히 "우리의 처방이 잘못됐다면 우리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며 우리가 성공하면 세계는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배운 것이 될 것" 이라고 역설했다.

◇ 金대통령과 고촉통 총리 = 반면 金대통령과 고촉통 총리간 회담은 서로의 인식.제안에 대한 전폭적인 공감을 표시하는 가운데 예정시간보다 20분 길게 50분동안 진행. 金대통령은 "금융위기를 통해 배울 것은 우리 혼자만 안전할 수는 없다는 점" 이라고 공동 대응을 강조. 이에 고촉통 총리는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무역의 자유화가 절대 필요하다.

'세계는 하나다' 라는 金대통령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고 말했다.

콸라룸푸르 = 이연홍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