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젖줄 신천 흉물로 변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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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4일 오후 대구남구봉덕동 신천 둔치 공원에서 만난 주부 김명옥 (32.대구남구봉덕동) 씨는 "어쩌다 신천이 이렇게 됐냐" 며 한숨을 내쉬었다.

세살배기 딸과 함께 바람을 쐬러 왔다는 金씨는 "물도 흐르지 않고 콘크리트 조각이 흩어져 있는 등 황폐해진 신천 모습에 실망이 크다" 고 말했다.

상동교 부근의 신천은 金씨 말대로 물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바닥에는 깨진 신천변 호안블록과 깡통 등이 나뒹굴었다.

상동보에 설치된 스프링쿨러 관이 50여m가량 휘어진채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신천 인근 주민 박병호 (62) 씨는 "신천이 지난번 폭우로 크게 훼손되고 최근엔 물도 말라 공원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고 말했다.

둔치에 공원.운동시설 등을 갖추고 대구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각광받던 대구의 젖줄, 신천이 흉물로 변해버렸다.

지난 폭우로 둔치 곳곳이 수마에 할퀸데다 수해복구공사를 위해 방류도 중단하는 바람에 앙상한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대구시 하천관리사업소는 수해복구 공사를 이유로 지난 10일부터 방류펌프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하천관리사업소측은 펌프가동으로 인한 전기요금 절약을 위해 하루 방류량을 24시간 10만t에서 지난 3월 17시간 7만t으로 줄였다가 이번에 그나마 중단한 것.

달성군 가창교에서 북구 금호강 합류지점까지 13㎞에 이르는 신천이 지난번 폭우로 둔치 호안블록이 쓸려간 곳은 모두 11곳에 길이는 1.2㎞ 정도다.

곳곳에 유실된 호안블록과 콘크리트 조각이 흩어져 있고 뜯겨져 나간 둔치는 마치 폭격을 당한 것처럼 보기 흉했다.

수성구상동 송원맨션 옆 둔치의 어린이 놀이시설은 부서진채 방치돼 있었다.

평행봉은 쓰러졌고 어디선가 떠내려온 지름 60㎝.길이 2m 정도의 뿌리째 뽑힌 나무가 놓여 있었다.

침산교에서 경대교 사이의 신천 동쪽 둔치는 2백70여m 가량 훼손됐다.

물이 마른 바닥 곳곳의 물웅덩이 부근에서는 어린 아이들이 뛰어 놀았다.

다리를 건너던 박모 (17.대구공고2년) 군은 "바닥에 고인 물에서 썩은 냄새가 나 지날 때마다 역겹다" 고 말했다.

대구시가 폭우를 견뎌낼 만큼 신천변 공사를 튼튼하게 하지않은 결과다.

또 신천우안도로 공사등으로 강폭이 좁아져 유속이 빨라지는 바람에호안 손상이 커졌다.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 호안 복구공사가 끝나는 대로 방류를 재개하겠다" 고 말하지만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류승원 (柳勝元.51) 회장은 "단순하게 호안 복구공사만 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 고 지적했다.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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