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쉽잖네” 휴가 중 열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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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롯데백화점 사원복지팀 김우찬 계장은 지난달 여름휴가 일주일 동안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와 함께 보냈다. 13일 치르는 ‘역시(歷試·한국사능력 검정시험)’ 2급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객관식 43문항, 주관식 7문항을 보는데 기출 문제집과 참고서까지 다 보려면 꼬박 두 달이 걸린다. 지난해 합격률은 65%였다.

13일 전국 8개 고사장에서 이 백화점 직원 약 1200명이 역시를 본다. 지난해부터 사무직 직원 승진 때 역시 통과가 의무화돼 차장·과장 진급 대상자는 2급을, 계장·주임 진급 대상자는 고교 국사 수준인 3급을 따야 진급할 수 있어 한여름 ‘열공’이 한창이다. 상당수 직원은 시험 전에 낸 여름휴가를 공부하는 데 보냈고, 회사에 출근한 직원들도 국사 책을 펴놓고 공공연히 공부를 하고 있다. 응시료와 교재 비용은 회사에서 대준다.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승진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시험은 역시뿐이 아니다. 한자검정 능력시험과 전략경영·조직행동론·회계이론 등으로 구성된 간부 승진시험, 프로페셔널과 마스터 과정의 정보화 자격시험 두 단계, 토익시험, 중국어 능력평가시험(HSK), 일본어 능력평가시험(JPT) 등을 봐야 한다. 한두 과목 통과하면 승진하는 다른 회사와는 달리 공부해야 하는 과목이 거의 10개에 달한다. 이 중 필수는 역시와 간부 승진시험, 정보화 자격시험 세 가지. 하지만 고과 심사 때 적게는 0.1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기 때문에 0.1~1점의 가산점이 주어지는 다른 시험에까지 매달리는 것이다.

11월 보는 간부승진 자격시험을 앞두고는 시험 6개월 전부터 회사 컴퓨터로 사이버 교육을 수강한다. 시험 몇 주 전부터는 회사 차원에서 시험 대상자들에게 일제히 일주일간 휴가를 내준다.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게 해주는 차원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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