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수준 서울시 제설대책]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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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여름철 전국 곳곳에서 엄청난 물난리를 일으킨 엘니뇨에 이어 올 겨울에는 라니냐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지형성 폭설' 에 따른 설해 (雪害) 비상이 걸렸다.

특히 기상전문가들은 올해 동북아시아 국가의 강설량이 예년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 등의 제설 (除雪) 대책은 예산확보와 장비보강 등 '하드웨어' 확충에 머물고 있을 뿐 효율적인 방재를 위한 제설경보시스템 마련과 인력동원체계 구축 등 '소프트웨어' 는 여전히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폭설이 내릴 경우 교통대란 등 시민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 허술한 제설경보시스템 = 기상청의 예보는 아직까지 허술하고 서울시에 기상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전문요원이 한명도 없어 폭설을 예상한 사전 대비가 어려운 실정이다.

'어느 지역에 몇시부터 얼마만큼의 눈이 내릴 것' 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선진국과는 달리 우리 기상청의 예보는 '새벽에 몇㎝의 눈이 올 것' 이라며 개략적인 내용만 예보하는 수준. 게다가 오후 11시 예보 이후 다음 예보가 다음날 오전 5시30분에 있어 '예보 사각시간대' 가 발생한다.

이로 인해 자치단체 상황실 직원들은 창문을 열고 눈이 내리는 것을 육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설대책 실행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제설 취약지역에 먼저 출동해 내리는 눈을 치우는 것은 꿈같은 얘기다.

시간마다 위성사진을 전송받는 제설대책상황실에는 위성사진을 판독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어 사진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상청에 다시 문의해야할 형편이다.

◇ 주먹구구식 인력동원체계 = 서울시의 제설관련 근무지침은 모두 4단계. 제설대책기간인 매년 11월15일~이듬해 3월15일까지 눈 내릴 확률과 적설량에 따라 단계별로 비상소집 인력 규모가 달라진다.

적설량이 10㎝이상이면 대설경보가 발령, 5만6천여명의 시.구청 공무원 전원이 제설작업에 나선다.

하지만 전 공무원이 동원되는 4단계 상황에 대비한 모의훈련은 그동안 한번도 실시되지 않아 '대책' 으로만 머물러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과거 제설작업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별도 훈련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 고 말했다.

또 상황발생시 집결지인 구청에서 실제 담당구역까지 도착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자칫 눈을 치워야 할 공무원들이 교통체증에 막혀 옴쭉달싹 못하는 현상이 빚어질 수 있다.

성시윤 기자

[도움말 주신 분] : 한양대 서영찬 (徐永贊.교통공학) 교수, 서울대 임규호 (林奎晧.대기과학) 교수, 연세대 조원철 (趙元喆.토목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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