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소 '반인반수' 미국서 기술개발 성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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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법한 반인반수 (半人半獸)가 탄생할 것인가.

뉴욕타임스지는 12일 미국의 유전공학회사 ACT사와 미국 매사추세츠대학팀이 공동으로 인간과 소의 세포를 융합시켜 자라게 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96년 사람의 백혈구와 구강내 점막세포 52개에서 핵을 추출한 뒤 이를 핵을 제거한 소의 난자에 이식하는 실험을 시작해 실패를 거듭한 끝에 최근 이중 1개의 세포를 성공적으로 융합시켰다는 것. 뉴욕타임스지는 현재 다섯차례 분열을 거듭해 순조롭게 자라고 있는 이 세포가 장래 어떤 모습을 지닐지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ACT사 호세 시벨리 박사는 "생물체의 형태를 결정짓는 유전자는 대부분 핵에서 비롯되므로 이 세포는 소보다 사람에 훨씬 가까운 모습이 될 것" 이라고 예측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 세포가 하나의 개체로 성숙할 경우 장기이식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컨대 간이 나쁜 사람이 자신의 세포 일부를 떼어내 이를 소의 난자와 융합시켜 자라게 한 뒤 여기에서 간을 이식받는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기증장기의 유전자가 대부분 일치해 거부반응을 피할 수 있고 사람의 핵만 이용했으므로 법적.종교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반수반인 창조에 대해 윤리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의료윤리학센터 토머스 머레이 소장은 "자연계의 생명창조 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가공할 실험" 이라며 실험중지를 촉구했다.

그러나 ACT사는 현재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중이며 공청회를 통해 실험절차와 의미를 공개하고 계속 연구를 강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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