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사,워크아웃 지원 거부…구조조정 협약 깨질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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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종합금융사들이 자금난을 이유로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럴 경우 워크아웃을 위해 지난 6월 25일 2백10개 금융기관이 모여 체결한 기업 구조조정 협약이 깨질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더욱이 협약에 따라 설립된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이런 종금업계 움직임에 대해 위약금 부과로 강경 대응한다는 방침이어서 종금업계와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간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1일 종금업계에 따르면 D종금과 N종금 등이 "워크아웃 방안이 종금사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 며 동아건설.고합.신원그룹 등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종금업계 관계자는 "기아.한라 부채탕감이나 워크아웃 기업 선정 때마다 종금업계는 반대했지만 은행측 입장만 반영된 방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며 "더 이상은 이대로 끌려갈 수 없다는 게 종금업계의 공통된 입장" 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종금업계는 이미 기아.한라그룹 등의 부채 탕감으로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됐다" 며 "이런 마당에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까지 거액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라는 것은 무리" 라고 주장했다.

현재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규모는 64대그룹 계열사에만 총 9천9백억원에 달한다.

그는 "기업 부도로 인한 피해는 은행이나 종금이나 같은데 은행에는 정부가 재정자금을 지원해주고 종금은 스스로 알아서 하라는 것은 불공평하다" 며 "이런 상태에선 부채탕감이나 출자전환은 몰라도 신규자금 지원은 어렵다" 고 덧붙였다.

게다가 영업정지를 당했다 풀린 일부 종금사들은 영업정지 기간중 고객 예금 지급을 위해 한아름종금으로부터 빌린 1조원 규모의 대출금을 내년 1월말까지 갚아야 해 사실상 워크아웃 대상 기업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종금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기업구조조정위원회는 "업계 자율로 맺은 협약을 스스로 깨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며 "신규자금 지원을 거부하는 금융기관에는 예외없이 위약금을 부과할 것" 이라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정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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