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재회담 어떻게 되나]결단만 남은 '성숙한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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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9일로 예정됐다 무산된 여야 총재회담이 10일 열릴 가능성도 남았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9일 밤늦게까지 절충을 계속하며 어떡하든 총재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에 따라 양당 협상대표들은 각각의 절충안을 마련, 10일 오전까지 양당 지도부의 최종 결심을 얻은 뒤 총재회담 성사여부를 결론지을 방침이다.

10일 오전 총무회담에서 모든게 판가름난다.

양당이 9일 밤늦게까지 마련한 절충안은 국민회의측이 인위적 정계개편 중지의 명시를 요구하는 한나라당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는 대신 한나라당은 경제청문회의 정기국회내 시작을 요구하는 국민회의측 주장을 수용하는 선.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방중전에 총재회담을 하지 않을 경우 정국경색 해소를 위한 총재회담을 언제 할지 모른다는 절박감이 양당을 한발씩 물러나게 했다.

사실 거의 모든 게 합의됐다가 불발된 9일 예정의 총재회담은 한나라당이 전날 밤 총격요청 사건, 정치인 사정 (司正) , 불법감청 및 고문에 대한 입장표명 등 3개항을 합의문에 추가하자고 요구하고 나선 게 결정적 배경이 됐다.

그러나 곡절을 겪게 한 근본적 요인은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측의 자존심 대결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나도 잃지 않겠다" 는 양측의 팽팽한 기 (氣) 싸움이 협상 결렬로 치닫게 했다는 분석이다.

◇경제청문회 = 9일 오전 국민회의가 한나라당안 (案) 을 수용, '예산안 처리후 실시한다' 는 선으로 후퇴하면서 협상이 타결되는 듯했으나 한나라당이 또다시 이를 나머지 3개항과 연계하며 '패키지 딜' 을 요구했다.

명기화 (明記化) 를 놓고 여야가 이처럼 신경전을 벌인 것은 나름의 정치적 이유와 계산 때문.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란 부담을 안고 있는 국민회의가 공약 이행을 위해 야당의 협조를 다짐받아둘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연내 실시가 안되면 사실상 어렵다" 는 우려가 여권내에 확산되고 있는데다 "한나라당이 예산심의를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흐지부지할 것" 이란 한나라당의 속셈이 전달되면서 지도부가 발끈했다는 후문이다.

또 경제실정에 대한 책임소재를 부각시킴으로써 국면을 완전히 장악하려는 계산도 한몫 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 "세풍.총풍에 이은 경제풍을 일으켜 정국을 소용돌이에 몰아넣어 또다시 야당을 말살하려는 정치적 음모" (安商守 대변인) 라는 게 야당의 인식이다.

동시에 민주계의 반발, YS와의 관계악화 등 정치적 부담을 피해보려는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속셈도 작용했으리란 시각도 있다.

◇한나라당 요구 3개항 = 한나라당이 총격요청 사건, 고문조작 및 불법감청 의혹, 정치인 사정문제를 발표문에 넣어야 한다고 고집한 것은 "이 문제가 빠질 경우 총재회담을 구걸한 것으로 비춰져 당내외 위상이 추락할지 모른다" 는 이회창총재측의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李총재가 입을 정치적 타격을 막기 위한 '자존심 싸움' 의 성격이 짙다는 것. 여당의 입장에선 회담 성사 직전 이들 사항을 추가한 이회창 총재의 정치스타일에 대한 불만과 정치력 및 신뢰에 대해 상당한 불신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총장.총무간 합의사항마저 번번이 뒤집는 등 국정운영 파트너로서 문제가 있다" 는 성토가 여권에서 잇따른 것도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결국 한나라당이 양보하는 대신 국민회의가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 않는다는 점을 다짐하는 제3의 절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잠정 합의됐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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