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식시인 데뷔 31년만에 처녀시집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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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김준식 (金浚植.57) 시인이 첫 시집 '햇살에 기대어 꽃이 피면' (삶과꿈刊) 을 펴냈다.

67년 '현대문학' 에 박목월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왔으니 데뷔 31년만에 펴낸 처녀시집이다.

"시는 소박함과 순수에서 출발하고 나는 아직도 사물을 대하는 아름다운 시선을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을 잃지않고 있는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고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 지난 30여년간 언론계등에 몸 담아오다 이제 시의 순수성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비어 가는 잎새마다/젖은 속삭임이/끊이지 않을 때//가을은 /그늘에서 밝아온다//지난 여름의 작은 태양을 불 태운/그림자도/빛보다 깊다//램프를 켤 시간, /이 가을에 얼룩진 나의/배경은/나비 같은 흔적으로/회색 행커치프처럼 울먹이고 있다//새로 돋아 나는 정감의/나무 잎사귀/가을, /나는 너의 무서운 치유력을 안다" ( '그늘에서' 중) 70편 가까운 시를 싣고 있는 '햇살에…' 를 펼치면 우선 가을, 그 한가운데로 들어선 느낌이다.

비어 가는 잎새 사이로 뚫린 하늘의 허허로움과 지난 여름이 타고난 그림자 혹은 흔적들만 소슬해 울먹이고 싶은 계절. 그러나 김씨의 시들은 가을의 빔과 흔적과 그림자 그래서 쉬 잊혀질 것들을, 순수 그 자체의 생명, 그리움으로 돌려주고 있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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