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원자력병원서 방사성 원소 309개 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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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9일 오전 9시쯤 서울노원구공릉동 원자력병원 지하 방사성 동위원소 저장실에서 암치료용 방사성 물질 3백9개를 도난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도난 발견 = 병원 직원 지영훈 (池永勳.42) 씨는 "동위원소를 꺼내기 위해 저장실에 가보니 출입문 자물쇠가 쇠톱으로 절단돼 있고 동위원소와 동위원소 주입기구 어플리케이터 6세트 등 시가 6천만원의 치료장비가 없어졌다" 고 말했다.

없어진 방사성 동위원소는 지름 2㎜.길이 2㎝ 크기의 자궁암 치료용 세슘137 17개와 구강암.경부암 등의 치료에 쓰이는 지름 0.5㎜.길이 3㎜ 크기의 이리듐192 2백92개로 두께 60㎝의 납 저장함 속에 보관돼 있었다.

병원측은 도난된 동위원소를 지난 7일 환자치료에 사용한 뒤 저장실에 보관했던 점으로 미뤄 7일 오후에서 9일 오전 사이에 도난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위험성 = 이 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유성렬 (柳星烈) 과장은 "도난당한 방사성 동위원소의 방사선 총량은 6백59.76mCi (밀리퀴리) 로 정상인이 장시간 노출될 경우 치명적 피해를 볼 수 있다" 고 밝혔다.

또 이들 물질에 노출되면 백혈구 감소로 저항력이 떨어지고 피부괴사가 발생한다는 것. 병원측은 "절도범이 이 물질들을 특수용기에 보관하지 않고 그냥 방치할 경우 일반인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부는 "도난당한 동위원소들은 수시간만 휴대해도 방사능 피폭 1년 허용치 4렘 (rem) 을 초과하는 강력한 방사능을 지니고 있다" 고 밝혔다.

◇수사 = 경찰은 저장실 문을 쇠톱으로 자르고 들어가 동위원소를 훔쳐간 사실로 미뤄 병원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경찰은 특히 방사성 물질의 위험성에 비춰 병원 운영에 불만을 품었거나 방사성 물질로 다른 사람을 협박.위해하기 위한 범행으로 보고 있다.

국내 동위원소 이용기관은 1천3백여 곳으로 이번 분실사고를 포함, 90년대 들어 6건의 분실.도난 사고가 발생했다.

◇방사성 동위원소 (RI) 란 = 방사선을 내는 물질로 우라늄이나 토륨 등 천연RI와 이번에 분실한 세슘.이리듐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RI가 있다.

특히 세슘이 방출하는 베타 (β) 선과 감마 (γ) 선 같은 방사선은 투과력이 매우 강해 인체에 치명적 해를 줄 수 있다.

이번에 도난당한 세슘은 반감기 (방사선 배출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가 30년에 이르러 피해가 장기화될 수 있다.

김창엽.최지영.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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