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블레어총리 동성애 장관 4명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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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럽 지도자중 가장 각광받는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가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다름아닌 내각 각료들의 동성연애 때문이다.

현재 노동당 내각에서 동성애자로 밝혀진 각료는 4명. 지난달 27일 론 데이비스 웨일스 담당장관이 런던의 동성연애자 밀집지역에서 처음 만난 사람과 저녁식사를 하러 가려다 폭행당한 사실이 드러나 장관직을 떠났다.

또 피터 맨델슨 상공장관도 최근 한 칼럼니스트에 의해 동성연애자로 폭로돼 물의를 빚고 있으며 크리스 스미스 문화장관은 자신이 동성연애자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가장 큰 충격은 탁월한 행정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닉 브라운 농무장관마저 8일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동성연애 사실을 인정한 것. 그러나 그는 이날 방송에서 "정치인의 사생활은 존중돼야 한다" 며 동성연애를 저질시하는 여론에 반기를 들었다.

블레어 총리도 그의 탁월한 능력이 사생활로 훼손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안타까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지역구인 뉴캐슬 지방에서도 브라운 장관의 사퇴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의회내에선 동성연애자로 판명난 이상 정치인으로서의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찮아 블레어 총리를 난감하게 하고 있다.

현재 영국의 성범죄법은 18세 이상의 동성이 서로의 양해아래 제3자가 없는 장소에서 성행위를 할 경우 위법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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