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북사업 점검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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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는 3일 현대의 금강산 관광선 사업을 비롯한 대북사업 전반에 걸친 조정 작업에 전격 착수했다.

이는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대북사업을 현대에만 맡기지 말고 충분히 상황을 파악해 대처하라" 고 지시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강인덕 (康仁德) 장관 주재로 긴급 실.국장 회의를 갖고 현대의 금강산 관광.개발을 비롯한 9개 사업의 계약서와 부속합의서.의향서 등 관련 서류에 대한 면밀한 평가작업에 들어갔다.

정부는 이미 승인이 나 18일 출항 예정인 금강산 관광선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하되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및 긴급상황 발생시 구조.구난대책을 보완, 북한측으로부터 확실한 보장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지난 7월 북한측이 보내온 사회안전상 백학림 (白鶴林) 명의의 신변보장 각서만으로 신변보장이 충족됐다는 입장이었다.

정부는 또 정주영 (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이 언급한 '유전 (油田) 개발' 사업 등은 실현 가능성이 작아 승인해주지 않을 방침이며 평양 실내체육관 지원 등이 북한 진출 독점권 확보를 위한 과다지원인지 여부를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3일 현대가 제출한 '금강산사업에 관한 합의서' (鄭夢憲 - 金容淳 서명) 등 4건의 합의서류를 검토한 결과 분쟁 해결과정에 남북 당국이 참여하기로 당초 합의했던 사안이 누락된 점을 발견, 현대측에 경위를 설명토록 통보했다.

정부는 현대가 추진중인 서해안 공단도 북한식대로가 아니라 반드시 '경제특구' 형태로 운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 "현대의 대북사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우리 정부와 국민에게 돌아올 것" 이라며 "정부의 재검토 방침에 따라 현대의 사업은 상당한 조정이 불가피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정경분리원칙의 수정은 아니다" 면서 "민간차원의 남북경협은 차분하고 질서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입장" 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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