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패트롤]당국·기업 곧 지급보증 맞교환 조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난 주의 하이라이트는 정주영 (鄭周永) 현대명예회장의 북한 재방문과 김정일 총비서와의 만남이었다.

이제 조만간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고 남북간 경제 교류 역시 활기를 띄면서 관련 산업과 주가 (株價)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하는 획기적인 전기 (轉機)가 되는 것은 물론 우리의 경제안정, 장기적으론 한반도 평화 통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본격적인 교류로 연결 시키느냐가 남북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나친 기대나 국내기업간 과당 경쟁은 금물이다.

'아직도 불확실성이 산적한 상황인데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것 아니야' '우리 형편도 어려운데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붇는 것 아니냐' 는 일부 시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5대 그룹 7개 업종 사업조정이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다시 '이업종 (異業種) 상호지급보증 해소' 가 새로운 현안으로 불거졌다.

5대 그룹 계열사들은 다른 업종 계열사에 제공한 빚보증을 연말까지 완전히 정리하라는 정부의 주문이다.

복잡하게 얽힌 상호보증이 때론 멀쩡한 회사까지 부실하게 만들고 신용도 하락의 원인이 되는 점을 감안할 때 빚보증 해소는 재벌들이 지향해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 없다.

문제는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고 무리수를 남발한다는 데 있다.

지난달 22일 5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불쑥 이런 '지침' 을 내린 데 이어 금감위는 '이업종과 동종업종 계열사간 빚보증을 맞바꾸는' 방법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바로 '신규보증이 금지돼 맞교환은 안된다' 고 나섰다.

이규성 재경부장관이 교통정리에 나서 "맞교환은 가능하다" 고 했지만 공정위 실무진은 여전히 '곤란하다' 는 입장이다.

어느 쪽이 옳든, 이런 일을 밀어붙이면서 사전 검토나 관계장관간 조율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모습은 재벌들에게 말꼬리 잡을 꼬투리만 제공할 뿐이다.

5대 그룹 총수와 경제장관.은행장들은 금명간 회동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가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만남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부도가 줄고 회사 설립이 느는 것도 바람직한 징후다.

제조업가동률 등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 기미를 보이면서 '경기가 바닥 친 것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온다.

그러나 이런 숫자들이 아직은 기업인.서민의 '체감 (體感) 지수' 와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소비는 여전히 바닥권이고 대부분의 국민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겠다는 판이라, 내수 진작을 통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긴 당분간 힘든 상황이다.

대외적 여건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성급한 낙관론은 자칫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 노력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김왕기 산업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