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바둑]고바야시-이창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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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24는 절에 간 색시

제2보 (21~44) =21을 보며 검토실은 "대단히 짠 수" 라고 평한다. 백가 다가오면 좌측 흑을 보살피는 게 순리다. 이창호9단은 그러나 21을 매우 크게 생각하고 있다. 좌측이 시달리겠지만 웬만한 수모는 감수할 각오가 돼있는 것이다.

하나 고바야시9단은 의외로 고분고분하다. 유창혁9단은 24를 절에 간 색시 같다며 실수로 단정한다. '참고도1' 처럼 날일자로 공격하는 한수라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이것은 흑이 답답하다.

고바야시는 흑이 정석대로 '참고도2' 흑1로 받으면 그때 좀더 강력하게 백2의 모자를 씌울 생각이었다. 그러나 때는 늦었다. 이9단은 즉시 25로 뛰어버렸고 26부터 압박했으나 속도감이 없다. 백34에서 이9단이 돌연 35로 젖혀 잇는 끝내기 수를 두는 바람에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흑 '가' 로 붙이고 백 '나' 면 '다' 로 뛰는 맥이 있으니 백도 받긴 받아야 한다 (강경파인 조훈현9단은 기세상 도저히 받을 수 없고 무조건 상변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9단은 왜 하필 이 순간에 그 수를 두었을까.

그는 41로 육박해 상변의 접전이 시작되면 언젠가 이곳 흑이 곤마로 몰릴지 모른다고 느꼈다. 그때는 상황이 급해져 안 받아줄지 모른다.

그래서 미리 한 것인데 그 예감은 정확했다.

박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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