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일본 앞서 인도시장 선점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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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3년 가까운 협상 끝에 마침내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7일 체결됐다. CEPA는 상품교역·투자·경제협력 등 경제 전반에 대한 협정으로 사실상 자유무역협정(FTA)과 동일한 개념이다. 다만 자유무역에 대한 인도 국내의 반감을 고려, CEPA라는 용어를 택한 것이다. 정식 서명식을 서울에서 한 것도 인도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와 다른 분위기다. 정부 각 부처가 나서 이를 알리기에 애쓰는 데서 읽을 수 있듯이 한·인도 CEPA는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체결한 다른 FTA들과는 다른 의의를 가진다. 물론 정부 발표대로 인구 11억이 넘고, 구매력 기준 세계 4위인 경제대국과의 FTA를 체결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의가 적지 않다. 하지만 아직도 인도 시장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 미만에 머물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경제 규모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은 다소 성급할 수 있다.

일단 경제 규모를 차치하고 보면 인도와의 CEPA는 다음 세 가지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첫째,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상대방의 시장 개방에 관심을 갖고 협상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관심을 끌어 온 두 개의 큰 FTA 협상은 한·미 FTA와 한·유럽연합(EU) FTA다. 두 협정은 수출시장 확보도 목표 중 하나였지만, 정부가 내세웠듯이 우리 경제구조의 선진화, 통상선진국으로서의 이미지 제고 등 부수적 목적도 있었다. 그에 비해 한·인도 CEPA 협상에서는 우리의 수출시장 확보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었다. 우리나라 수출의 60% 이상이 개도국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몇 년간 수입증가율이 20%를 넘고 있는 인도 시장을 주요 경쟁국인 중국·일본에 앞서 선점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고무된 분위기를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둘째, 한국과 인도 두 나라 사이의 상호보완적인 산업구조를 잘 살릴 수 있는 점이다. 인도는 아직 전체적인 경제구조가 농업을 중심으로 한 1차 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 제조업체에 인도는 1차적으로는 수출시장으로, 2차적으로는 값싼 임금을 활용한 제조업 생산기지로 활용할 여지가 큰 나라다. 인도 입장에선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이라는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한국의 시장개방보다는 우리 제조업과의 산업·기술협력에 더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한국으로서도 인도의 우수한 정보기술(IT) 인력과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돼 CEPA는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우리 기업의 대(對)인도 투자 진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투자자 보호, 내국민 대우 등의 조항이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셋째, 이렇게 기대가 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체결한 다른 FTA들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의 시장개방에 머물렀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많은 품목이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됐고, 개방된 품목조차도 대부분의 관세철폐 스케줄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비록 인도가 맺은 다른 협정보다 훨씬 개선된 결과였다고 하지만, 첫머리에서 밝혔듯이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시장 확보를 목표로 추진한 FTA 협상이었던 탓에 이 부분의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원래부터 인도의 관세율이 높았고 우리가 인도에 파는 품목들의 가격탄력성이 높았기 때문에 이런 결과에도 불구하고 수출증가 효과가 상당히 크게 나타날 수 있을 거란 점이다.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개도국들과의 FTA 협상이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것이다. 한·인도 CEPA 체결이 시금석이 되어 우리나라가 더 적극적인 시장개방의 자세를 가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도훈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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