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unday]전기차 시대 열 '유승민 법안' 언제 통과되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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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호 35면

기름 한 방울 없이 전기로만 가는 차를 직접 몰아봤다.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의 ‘아이미브(i-MiEV)’다. 대량 생산에 성공해 일반 판매에 들어간 것은 아이미브가 세계 최초라고 한다. 지난달 23일부터 일본에서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 중이다. 내년 4월부터는 개인 고객도 살 수 있다.

국내에는 연구 목적으로 한 대가 들어와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미쓰비시 서비스센터에서 이 차를 만났다. 미쓰비시의 경차 ‘아이’(배기량 659㏄)를 모델로 한 외관은 귀여워 보였다. 차체 크기는 마티즈급이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휘발유 차와 달리 ‘부르릉~’ 소리는 나지 않았다. 엔진 대신 전기모터를 쓴다는 것을 실감했다. 계기판에는 ‘레디(READY)’라는 녹색 불이 들어왔다. 주차장을 나와 올림픽공원 주변을 달렸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어 어색한 것을 제외하면 일반 승용차를 몰 때와 비슷했다.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소리였다. 액셀러레이터를 밟아도 소리가 나지 않았다. 대신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위잉~’ 하며 에어컨 돌아가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교통체증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하니 브레이크 소음도 반복됐다.

‘혹시 전기차라서 주행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까’. 차를 모는 내내 이런 생각을 했지만 별다른 흠을 찾지 못했다. 가속은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이뤄졌다. 시속 70~80㎞의 주행도 만족스러웠다. 의외로 차체는 묵직하고 안정감이 있었다. 도로 사정상 유효 최고 속도(시속 130㎞)까지 달리진 못했다.

계기판에는 배터리 잔량이 표시되는데 완전 충전된 상태에선 최대 160㎞를 간다고 한다. 장거리를 뛰는 것은 무리겠지만 시내 주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전기료 10만원이면 4800㎞를 달린다니 연료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름을 태울 때 나오는 배기가스가 전혀 없어 친환경적인 것은 물론이다. 일본 판매 가격은 460만 엔(약 6000만원)으로 일본 물가를 감안해도 상당히 비싸다. 대신 지역에 따라 최고 50%까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다가오는 전기차 시대에 일본은 이렇게 앞서가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공교롭게도 아이미브가 시판에 들어간 지난달 23일이다. 청와대는 업무용 전기차 3대를 도입해 시범 운영한다고 밝혔다. 최고 시속이 60㎞인 저속 전기자동차(NEV)로 CT&T라는 국내 업체가 개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행 성능으로만 보면 아이미브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일반 도로 주행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NEV가 일반 자동차에 적용되는 엄격한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도 ‘연구 목적’을 내세워 임시 운행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런 사정을 개선하기 위해 이미 3월 말 국회에 법 개정안(유승민 의원 발의)이 제출됐다. 시속 60㎞ 이하 도로에선 NEV의 운행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야 대치 정국이 거듭돼 법안 처리는 마냥 늦어지고 있다. 법 개정을 기대하고 일본 수출을 추진했던 CT&T는 여의도만 쳐다보고 있다. 자국에서 출시되지 않은 자동차는 일본에서도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국회의 게으름은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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