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정찬주씨,성철스님 일대기 '산은 산…'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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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환생하는 성철 (性徹) 스님을 다시 본다.

우리 마음 좋은 속에 그대로 살아 있는 수행자가 소설로 태어났다.

생불 (生佛) , 그 자체였던 큰 스님의 일대기를 완성해 낸 소설가 정찬주 (45) 씨의 얼굴에도 오도송 (悟道頌) 의 향기가 느껴진다.

그가 2년여의 준비끝에 내놓은 '산은 산 물은 물' 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83년 '한국문학' 으로 등단한 정씨는 93년 소설 '유마경' 과 95년 '그 곳에 부처가 있다' 를 발표하는 등 불교소설에 진력해 온 소설가.

그가 '산은 산…' 을 쓰게 된 것은 주말이면 나서던 암자행에서 비롯됐다.

96년 3월, 해인사 백련암에서 암주스님이자 성철스님의 상좌였던 원택스님을 만나서다.

"자네 큰 스님 일대기 한번 써 보지 않겠나" 란 제의를 받았던 것. 정씨는 그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어 겁도 나면서 한편으로 욕심도 났다.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해인사.통도사 등 성철스님이 계셨던 곳이라면 안 달려간 곳이 없다.

혜암스님.도우스님 등 성철의 일화를 조금이라도 아는 이는 모두 만났다.

그 결과 작품을 읽어본 성철스님의 딸인 불필스님으로부터도 "큰 스님의 모습에 가깝다" 는 평을 들었다.

"글을 쓰면서 스님의 자취를 이삭줍기 하듯 거둔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자신에게 지독할 만큼 엄격했던 성철스님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소설형식을 취하면서도 다큐멘터리 요소도 삽입했지요. " 이 소설은 정씨 특유의 담백한 문체가 성철스님을 형상화하는데 힘을 준다.

또 등장 인물들도 대부분 실명으로 돼있어 현실감을 더해준다.

무엇보다 이 소설의 압권은 8년간 한순간도 눕지 않고 앉아서 잠을 잤다는 장좌불와 (長坐不臥) 의 고행, 출가 후 한번도 거르지 않고 새벽마다 중생의 죄를 대신해 절을 했던 백팔참회 (百八懺悔) , 평생 생식을 했던 성철스님의 수행 모습들을 눈에 뵈듯 전한 부분.

여기에 출가 전 일본을 다녀오면서 관부연락선 갑판에서 목숨을 던져 답답한 생을 마감하려 했던 방황과 하이네 시집과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좋아했던 젊은 성철스님의 인간적인 모습 등이 서정적 문체로 들어 있다.

법정스님은 "이 소설은 작가의 단순한 창작품이 아니라 깊은 신심으로 다듬어진 작품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차츰 눈을 떠가게 하는 독특한 구도의 소설" 이라고 평한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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