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요청사건' 화합·통신죄 적용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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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해 대선 직전 북측 관계자를 만나 판문점에서의 총격을 요청한 한성기씨 등 3명에게 검찰이 한달간의 수사 끝에 최종 적용한 법률은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죄 (8조 1항) .

이는 당초 안기부 등이 '국기 (國基) 를 뒤흔든 사건' 으로 규정하고 수사해온 것에 비하면 처벌이 크게 미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으나 검찰은 "이들에게 적용할 법규가 더 이상 없다" 는 설명이다.

당초 적용이 검토됐던 외환유치죄 (형법 92조) 는 '외국과 통모 (通謨) 해 대한민국에 대해 전단 (戰端.전쟁의 단초) 을 열게 한 경우'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법률상 '반국가단체' 지 '외국' 이 아닐 뿐더러 구체적 사건내용도 이들이 선거에 이용할 목적으로 긴장감 조성을 위한 무력시위를 요청한 것일 뿐 전쟁을 기도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해당조항을 적용할 수 없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국헌 (國憲) 을 문란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키는 내란죄를 적용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 안기부 고위 관계자의 말대로 "무력시위나 한번 보여달라는 쇼에 가깝다" 는 것이어서 적극적인 법 적용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검찰이 적용한 회합.통신죄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해한다는 정 (情)' 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와 접촉한 사람에게 10년 이하의 징역을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른 사전허가를 받지 않았다는 것과는 별개로 이들이 총격요청을 위해 북측과 접촉한 사실이 이 조항에 해당한다고 검찰은 밝혔다.

통일원으로부터 북한주민 접촉승인을 받은 장석중씨에게 같은 죄가 적용된 것도 이 때문이다.

공소를 제기한 검찰도 이들의 행동이 실제 무력행동을 기도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기 때문에 예상할 수 있는 적용 법이론은 '불능미수' 와 '불능범' 정도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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