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과거사 사과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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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다음달 25일 장쩌민 (江澤民) 중국국가주석의 일본방문을 앞두고 중국과 일본의 입씨름이 한창이다.

중국은 과거사 문제 사과여부와 대만문제 선결을 요구하고 일본은 미래를 보자고 맞서고 있다.

일본의 산케이 (産經) 신문은 26일 천젠 (陳健) 주일중국대사가 최근 일본정부의 고위층과 접촉해 양국 정상회담기간중 발표될 '공동문서' 에 일본의 과거사 사죄를 명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탕자쉬안 (唐家璇) 중국외교부장도 지난 22일 베이징 (北京)에서 일본기자들에게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측의 명확한 역사인식에 기초해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고 말했다.

중국측의 이같은 요구의 배경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방일기간중 발표된 '한.일공동선언' 이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의 침략 및 식민지배 과정에서 엄청난 고통을 받은 이상 한국과 같은 수준의 사죄가 명문화돼야 한다는 게 중국측 논리다.

그러나 일본은 다소 시큰둥하다.

일본정부의 첫 반응은 한국과 중국은 다르다는 것. 즉 중국과 일본은 전쟁을 통해 양국의 고통이 생겼으며, 따라서 전쟁문제는 국제적 관례대로 지난 52년 체결된 양국 강화조약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점이 일방적 침입과 식민지화로 빚어진 한국민의 고통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일본 논리의 요체다.

여기에다 72년 중.일공동성명에서 일본의 중국침입에 대해 '반성' 을 표명했고 92년 아키히토 (明仁) 천황의 중국방문으로 양국간 과거사 문제가 일단락된 이상 더 이상의 사과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만문제도 까다롭다.

중국측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명문화하라고 일본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지난 5월 발표된 미.일방위협력지침 (가이드라인) 범주에 대만해협을 포함시킨 사실에 대해 '내정간섭' 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를 공식 항의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본은 대만과 국교관계가 없는 이상 '하나의 중국정책' 은 더 이상 거론할 필요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대신 이같은 과거지향적 문제보다는 중.일 양국의 미래를 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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