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부채비율 축소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여러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어지간해서는 정부가 재벌에 대한 부채비율 감축 요구의 고삐를 느슨하게 할 것 같지 않다.

우선 재벌 총수들이 대통령 앞에서 약속한 '재벌개혁 5대 과제' 가 있고, 최근 전반적으로 개혁의지가 약해졌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정부가 올해 안에 금융부문과 재벌의 개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천명한 이상, 오히려 부채비율 감축과 관련한 정부의 공세는 더 거세진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따라서 최근 재계 쪽에서 제기하고 있는 각종 '개선책' 과 관련해 향후 정부정책을 가늠할 수 있다. 우선 부채비율 2백%로의 감축목표는 수정되지 않을 것이다.

4월말에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에는 빠졌다가 오는 12월 15일까지 약정을 체결하게 된 5대 재벌의 경우, 혹시나 2백% 목표가 다소 느슨하게 적용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은 아예 갖지 않는 게 나을 것이다.

또 이자를 물지 않는 부채 또는 부채성 충당금 등은 부채에서 제외시켜달라든지, 자산재평가를 인정해 달라든지, 아예 일부 업종은 부채비율 감축 의무에서 빼달라는 등의 요구도 수용불가로 보인다.

재벌들로서는 '새로운 환경' 에 빨리 적응하는 것이 상책인 것 같다.

즉 계열사간의 부당 내부거래가 차단됐고, 곧 상호지급보증을 해소해야 하며, 앞으로의 경영이 더욱 투명해져야 하는 등 재벌경영 여건은 급속히 변해왔다. 그렇다고 부채비율 감축과 관련해 정부는 모든 것을 잘 처리해 왔다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단시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 급급했던 정부는 나라밖에까지 '민간경제에 대한 과도한 개입' 또는 '관치금융의 재현' 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이를 철저히 지키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금감위 스스로 말했듯이 기업경영관행 개선은 은행을 통해 하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개별기업의 대출여부까지 정부가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제돼야 한다.

기업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의 역할은 구조조정, 특히 순조로운 기업퇴출을 가로막고 있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개선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 정부는 본연의 역할인 금융기관의 건전성 감독에 철저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기업에 대한 대출결정에 대해서는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존중해 줘야 한다.

이런 제도적 마련을 마무리한 후에는 금융관행과 기업경영관행이 새로운 환경과 제도에 적응해 가고 구조조정이 시장 안에서 해결되는 것을 끈기있게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정수 전문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