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교각'산을 떠나는 아이들 보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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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절집 (空門) 이 쓸쓸하니 집 생각도 나겠지

운방 (雲房) 을 작별하고 산을 내려가누나

대 난간에서 죽마 타고

게을리 금모래도 모아보았지

시냇물에서 찻물 길어올리며 달을 불렀고

차 그릇에 어린 차 잎 달이며 매양 꽃을

희롱하였지

잘 가게 눈물은 자주 흘리는 게 아니야

이 늙은 중이 배웅하니 노을지누나

- 김교각 (金喬覺.696~794) '산을 떠나는 아이들 보내며'

신라 성덕왕의 둘째 아들이다.

그는 당나라에 볼모로 가 있었다.

본국에서는 부왕이 모후 (母后) 를 폐하는 궁중비극이 있었다.

그는 중국 구화산 승려가 됐다.

비탄에 잠긴 어머니가 두 외숙을 보내어 그를 환속 귀국시키려 했는데 외숙들까지 그에게 감화돼 머리를 깎았다.

중국 4대 영산의 하나인 그 곳에서 그는 지장보살로 받들어졌다.

뒷날 이백이 그를 예찬했다.

눈을 쓸 듯 만병이 나으니 청량한 하늘이여 바리처럼 넓은 공덕을 찬하오니 길이 광대에 이 널리 전하리.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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