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소유 자유와 여신 감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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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은행법 개정 이야기만 나오면 은행의 사금고화에 대한 사회적 공포감이 먼저 불거진다.

21일의 공청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현재 우리나라 은행의 최대과제는 책임경영이다.

책임경영을 위해서는 은행주식 소유제한을 풀고 주주총회가 은행장 등의 임원선임권과 은행경영의 최고.최종 권한 및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이들이 예금자가 맡긴 은행돈을 자기네와 관련 있는 기업에 편중대출하면 어떻게 하나. 이런 일은 최근 금융구조 개혁으로 문을 닫은 비 (非) 은행금융기관에서 실제로 상당수 발견됐다.

이야기는 이렇게 맴돌다 결론을 못 내린 채 끝나고 만다.

그래서 임원선임은 주주총회와는 별도로 조작해 낸 의사 (擬似) 기관이 맡아 하게도 해 봤다.

그 전에는 정치권과 관료의 입김이 인사를 맡았었다.

오늘날의 금융위기는 이렇게 해서 고착한 관치금융 탓으로 돌리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을 감자 (減資) 조치하면서 일반주주의 주식을 폐기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주주는 은행경영에 아무 권리를 행사한 게 없는데 무슨 책임이 있다고

소유주식을 날려야 하느냐고 절실하게 항의하는 신문광고를 낸 바도 있다.

과거의 은행경영은 이렇게 모순과 무책임으로 차 있었다.

특히 '재벌' 이 대주주가 돼 은행경영을 전횡한다는 표현이 나오게 되면 그것은 곧 극심한 알레르기를 일으켰다.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에게만은 은행주식 소유상한을 철폐하겠다는 안 (案) 도 나왔다.

그러나 이것은 역 (逆) 차별제도라는 점에서 벽에 부닥쳐 있다.

은행주식의 소유한도는 외국인에게나 내국인에게나, 재벌에게도 모두 풀어야 한다.

그리고 은행경영의 권한과 책임은 주주총회가 지도록 하고 그 대신 경영진 선임은 그 선임된 사람의 자질.인격을 감독기관이 철저하게 사후에 검토해 임명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히 여신과 관련해서는 주주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는 일을 철저하게 막아야 한다.

편중여신이나 정실 (情實) 여신을 막는 일은 감독기관의 책무다.

은행은 사적 기업인 동시에 그것이 장사하는 돈은 예금자의 돈이다.

이 두 가지 상반하는 사실이 동시에 만족되도록 하는 것이 은행법 개정의 골자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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