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을개편,희미한 공영성…베끼기도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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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1TV에 시사.토론 프로를 늘리고 2TV는 밤8시 황금시간대에 뉴스 및 문화 다큐멘터리를 매일 내보내겠다. " 이는 지난 12일 'KBS=공영성' 을 표방하며 내놓았던 기본골격이다.

하지만 1주일 남짓을 지켜본 사람들은 벌써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상업성이 듬뿍 담긴 신설 오락프로들이 눈에 띄고 다른 방송사를 본딴 냄새도 여기저기서 나기 때문이다.

KBS2 '비디오 추적 놀라운 TV' (월~금 오후6시50분) 의 사건.사고 순간 모음에서는 경찰이 그저 팔 하나 뻗으면 닿을 거리에서 범인에게 총을 난사하는 장면까지 나갔다.

충격적인 영상의 연속. 과연 어린이들까지 함께 보는 시간에 어울리는 프로일까. 이 프로가 SBS '순간포착…' 과 비슷하다는 PC 통신인의 지적도 많다.

이를 처음 본 KBS간부는 이것이 KBS프로그램인지는 전혀 짐작도 못하고 "상업 방송이라고 해서 이럴 수가…" 라고 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시사터치 코미디 파일' (목 밤11시) 은 본격 풍자 코미디를 표방했지만 변죽만 울린 느낌이다.

다른 방송사의 코믹 시사프로와 비슷한 포맷이라는 것. 토요일 저녁 6시의 KBS2 '자유선언!오늘은 토요일' 에서 등장인물이 모인 학생들에게 소리소리 지르는 부분도 다른 방송을 통해 낯익은 장면이다.

결과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정말 공영방송으로 거듭날 의지가 있다면, 걸맞는 프로를 만들 역량을 애써 감추지는 말아야하지 않을까.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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