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오늘은 모든 미국인이 행복한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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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시간 전만 해도 언제 우리가 강제 노동수용소로 보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어 절망적이었다. 그러던 중 북한 당국 관계자가 우리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우리 앞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서 있었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머리를 스쳤다. 가슴 벅찬 순간이었다.”

5일 오전 6시15분(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버뱅크 지역 밥호프 공항 25번 격납고. 북한에 141일간 억류됐던 미국인 여기자 2명 중 한 명인 로라 링은 눈물을 흘리며 귀국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북한에 억류됐던 유나 리와 로라 링이 비행기 출입구에 모습을 보이자 이들을 기다렸던 가족·친구·동료들과 200여 명의 취재진은 일제히 큰 박수로 맞았다.

북한에 체류한 20시간 동안 한번도 웃음을 보이지 않았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풀려난 여기자들의 가족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는 별도의 연설을 하지 않았다. 대신 뉴욕에 있는 사무실을 통해 “여기자들이 석방돼 대단히 기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클린턴은 “여기자들이 긴 시련(long ordeal)을 겪었다”며 “이제 그들이 집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이들을 다시 만나게 돼 만족한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미 정부는 북한이 두 명의 미국 기자를 석방한 데 대해 커다란 안도를 느낀다”며 "두 여기자의 귀환은 당사자 가족들 뿐 아니라 전 미국인의 행복”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이날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방북 성과를 보고(debrief)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대북 전문가인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는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지금까지 미국과 북한은 양보를 용납하지 않는 긴장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으로 여기자 2명이 석방된 것은 미국과 북한 모두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도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인 기자가 석방돼 가족의 품으로 무사귀환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환영 분위기에 젖어들었다. 페이스북과 단문 메시지 송수신 서비스인 트위터 등에는 축하 글이 이어졌다. 트위터 사이트에는 “그들의 송환 소식에 눈물이 났다”(샤니비걸), “희망과 꿈을 절대 포기하지 말라”(미카스소우츠)는 감사와 격려의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여기자 송환을 이끌어낸 클린턴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는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곽재민 LA지사 기자, 서울=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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