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 고갈실태·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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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지하수 고갈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93년말 지하수 관리를 위한 지하수법이 만들어졌으나 실제 관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하수 전문가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있으며 정확한 현황 파악을 위한 연구투자도 미미한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 인구밀집지역과 산업지역 등에서는 국지적 지하수 고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지하수를 이용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곳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

울산.포항 등 동해안이나 서해안.제주도 지역에서는 지하수가 고갈되면서 바닷물이 역류, 식수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먹는샘물 개발도 문제가 심각해 개발이 집중됐던 충북청원군북일면초정리 일대에는 지하수 고갈로 문닫은 생수공장들이 흉물스럽게 남아 있다.

고갈이 심해지면 갈수기에 하천이 말라붙고 산에서는 나무가 자라기 힘들게 된다.

더 나아가 지하에 공동 (空洞) 이 생기고 지반침하도 나타나 건물이나 도로.시설물의 붕괴로 이어진다.

실제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부천시 구간에서는 건설되는 고가도로가 지하수 과잉 채굴로 위험하다는 민원이 제기돼 올해 초 안전진단을 실시하기도 했다.

당시 안전진단 결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앞으로 이런 문제 제기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쓰레기 매립지 등으로 인한 지하수 오염도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서 1백82곳 중 31%인 56곳의 인근 지하수가 생활용수로도 사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개발된 지하수를 더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96년말 현재 전국에서 발생한 폐공은 1만5천여건이며 발생원인은 수량부족이 21%, 수질악화가 22%를 차지했다.

연세대 한정상 (韓楨相.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평균적으로 강수량의 18% 정도가 지하수로 보충되는데 그만큼만 이용하는 것이 합리적" 이라며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지하수에 대한 '공 (公) 개념' 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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