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화 개방 각분야 파장점검]방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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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한국에 주재했던 한 일본 특파원의 말.

"한국 방송을 보고 있으면 일본에 있는 느낌입니다.

소리를 줄이면 잘 구분이 안되죠. 식구들의 일치된 견해는 비슷하긴 한데 재미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 우리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오락프로는 물론 드라마.교양 프로까지 일본 베끼기가 만연했던 우리 방송 업계는 일본 개방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TBS방송사가 SBS의 표절의혹 프로에 대해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긴장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KBS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제 일본 프로를 무단으로 베끼던 관행은 사라지게 될 것" 이라며 "정식으로 로열티를 지급하고 포맷을 사든, 아니면 완전히 독창적인 프로로 승부해야 한다" 고 말한다.

일본 방송이 개방되면 우선 일부 오락.교양 프로가 음성 더빙을 통해 방영될 전망. 그러나 일본 상업방송의 성향이 지나치게 선정적이어서 우리 심의 기준을 통과하기 어려워 탄탄한 교양 프로가 먼저 안방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론 일본 방송사에 회당 약 1백만원 정도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포맷을 빌려와 만드는 오락프로들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되며 일본 프로덕션의 한국 진출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방송 전문가들은 "이미 프로덕션들의 치열한 경쟁 시스템이 확고한 일본 방송의 경쟁력은 세계적이어서 머지 않아 우리 나라 시장의 상당 부분도 잠식하게 될 것" 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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