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내각 질책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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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대통령이 12일 공무원 비리의 척결을 역설했다.

늘 해오던 얘기지만 이날의 지시.다짐은 예사롭지 않다.

金대통령은 정부가 '총력' 을 다해 '공격적' 으로 중하위 공직자 부패척결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적' 이란 용어 외에도 '특별한 각오' 등 자신의 단호한 의지를 알리기 위해 여러 표현을 동원했다.

그러면서 감사원까지를 포함한 내각에 공무원 부패척결 방안 제출도 지시했다.

일본방문 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내각에서 이미 발표한 대목을 이처럼 강하게 제기한 점은 상당한 무게가 실렸음을 느끼게 한다.

金대통령은 부정부패 척결 당부에 이어 내각의 신뢰받지 못하는 행정사례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단단히 준비를 한 인상이다.

金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향후 정국의 운영과 관련이 깊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대통령의 부정척결 의지는 경제적 측면에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경제회생의 첫째 요건을 부패 척결로 삼고 있다면서 그래야만 국민의 동참이 가능하고, 또 그래야 개혁도 속도를 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金대통령이 "국민만 참으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국민은 (경제적 어려움은) 참을 수 있으나 부정부패는 못참는다" 고 한 말은 이런 의미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 측면이 강조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인지는 의문이다.

정치적 고려가 상당히 작용한 듯하다.

대통령의 발언에는 국가 전반에 대한 완전한 장악의지가 실려 있는 것 같다.

최근 진행돼 온 일련의 흐름이 그렇다.

그 전제가 관료조직에 대한 장악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일사불란한 관료조직체계 '재구축' 을 통해 말그대로 '김대중 정부' 를 실현시키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시기적으로도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

지금 확실히 해두지 않으면 어려움을 당할 소지가 크다고 본 듯하다.

'강력한 대통령, 강한 청와대' 라는 방침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金대통령이 내각을 강하게 질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金대통령은 각료들을 조목조목 질타했다.

경기회복도, 실업도, 수출도 노력만큼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종필 (金鍾泌) 총리를 옆에 두고, "책임있는 보고를 하라" "크게 반성하고 노력하라" 고 각료들에게 일갈한 것이다.

또 대통령이 직접 강력한 개혁 시책을 펼칠 것임을 예고한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도 있다.

특히 金대통령은 최근들어 대기업 구조조정에 강한 의지를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모종의 조치들이 가시화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金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모든 변수를 겨냥한 다목적 포석으로 이해된다.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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