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춘란배 세계선수권] 세월의 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결승2국>
○ 창하오 9단 ● 이창호 9단

제19보(171~176)=173으로 파호하여 대마는 두 집이 없다. 사느냐, 죽느냐. 숨소리조차 죽인 채 판을 응시하는데 갑자기 허망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창하오 9단이 174를 선수한 뒤 176으로 밀자 이창호 9단의 손이 멎어버렸다. 이상하다 싶었는데 잠시 후 이 9단이 창하오를 향해 뭔가를 말하는 것 아닌가. 이창호가 돌을 던진 것이다.

박영훈 9단의 설명은 이렇다. 계속 잡으러 가려면 ‘참고도1’ 흑1로 젖혀야 한다. 백2 따내면 3(▲자리)의 먹여 침. 이때 백은 4, 6을 선수한 뒤 8로 끼우게 되는데 흑9 막으면 10으로 끊어 패. 하나 이 패는 12쪽의 팻감이 많아 흑이 안 된다. 그래서 ‘참고도2’ 흑2로 물러서야 하는데 이때는 3을 선수하고 5로 끊어 흑은 어느 한쪽의 대마가 거꾸로 잡히게 된다. 복잡하고 긴 수순이지만 이창호 9단은 실수를 기대하는 대신 창하오의 수읽기를 인정했다. 춘란배는 창하오의 우승으로 끝났고 이창호는 여섯 번 연속 준우승에 그쳤다. 한때는 이창호의 ‘밥’이었던 창하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게 변했다. 세월의 힘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