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등록세 중과 부당” 판결 … 서울시, 세금 2915억 징수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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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스타타워 인수를 놓고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서울시를 상대로 낸 중과세 부과 취소 소송에서 서울시가 패소함에 따라 휴면(休眠)법인을 이용한 조세 회피를 제재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2915억원의 세금 징수에 차질을 빚게 됐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유승정)는 “지난달 초 론스타가 투자한 강남금융센터(옛 스타타워)가 서울시(강남·종로구청)를 상대로 낸 등록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의 파기 환송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론스타는 2001년 C&J트레이딩이라는 휴면법인을 인수한 뒤 사업 목적을 부동산 개발·임대업으로 바꿔 스타타워를 인수했다. 그러자 서울시는 론스타가 중과세를 회피하려고 휴면법인을 인수했기 때문에 사실상 신규 법인 설립이라며 일반세율의 3배인 중과세율을 적용해 253억원의 등록세와 지방교육세를 추가로 부과했다. 수도권 과밀화 억제를 위해 대도시에 법인을 설립할 경우 중과세하도록 한 지방세법에 따른 조치였다.

이에 불복해 론스타 측은 소송을 냈고 1심에서 승소, 2심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올해 4월 “휴면법인 인수를 법인 설립으로 보고 중과세한 것은 조세법을 지나치게 확장·유추 해석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파기 환송심도 이를 받아들였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서 서울시는 강남금융센터 253억원 등 유사한 사건으로 소송을 낸 기업에 765억원을 되돌려줬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소송을 냈거나 소송을 준비 중인 989억원의 세금에 대해서는 과세를 취소했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채 세금을 납부했거나 연체한 기업들은 서울시와 해당 구청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가 2005년부터 올 7월까지 부과한 853건, 2915억원이 모두 공수표가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기업들이 휴면법인을 통해 조세를 회피해도 이를 제재할 방법이 없어 앞으로 조세 징수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울시 유상호 세제과장은 “론스타와 같이 외국계 자본이 들어와 편법으로 탈세를 하는데도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고 수도권 과밀화 억제 정책의 원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이보환 지방세운영과장은 “휴면법인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대해 중과세를 할 수 있도록 지방세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성우·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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