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쏘아올린 서울대 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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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이 과연 위성을 쏘아 올렸느냐, 미사일 시험 발사였느냐로 세상이 떠들썩하던 지난달 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학생 몇명도 로켓을 쏘았다.

학부주최 행사인 '98 기계항공우주전' 개막식에서였다.

그저 몇백m 올라가다 다시 떨어지는 로켓이었지만 화제가 됐다.

북한이 위성을 띄웠다고 주장하는데 우리는 뭔가, 그런 가운데 로켓을 쏜 '영재' 들은 도대체 북한이 뭔가를 발사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로켓을 만들어 발사한 동호회 '하나로' 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별 생각 없는데요. " 팀장 김용래 (학부 3년) 씨는 로켓을 연신 쏘아 올리는 동안에도 북한 소식은 제쳐놓고 이승환의 음악에만 관심이 쏠렸다.

그래서 행사기간인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관람객들은 주최측이 틀어대는 이승환의 노래만 실컷 들어야 했다.

올해 '하나로' 에 가입한 1학년 김태우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 저것 부품 사서 조립했을 뿐인데, 북한이라니요. " 다른 회원들도 "로켓 추진 부분등은 부품상에서 사들여 로켓을 조립한 게 전부일 뿐" 이란다.

사실 그들의 작업실을 들여다보면 자신들이 대단치 않은 일을 했다고 여기는 데 공감이 간다.

첨단 기계는 없다.

중.고교 교실 2배가 조금 못되는 면적에 찌그러진 캐비닛 몇개와 드라이버 등 평범한 공구들이 전부다.

한구석 칠판에 적힌 저녁 주문 메뉴를 보니 여기서 자장면과 짬뽕으로 기력을 북돋우며 밥샘작업을 한 게 드러난다.

북한에 대해서 무관심 일색인 가운데 팀장인 김씨가 먼저 말을 꺼낸다.

"솔직히 신문과 방송에서 하도 '북한의 위성 발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 물어대서 생각해 봤는데요, 같은 민족이 한 일이니까 그냥 자랑스럽죠. "

북한의 위성발사설에 갖은 호들갑을 떨어대는 떠는 '묵은' 세대와는 전혀 다른 생각. 이런 것이 우리의 미래를 가꾸는 힘이 아닐까.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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