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찮은 청구 사건]4개월 수사 의혹만 남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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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갖가지 소문과 의혹을 낳았던 청구그룹 장수홍 (張壽弘) 회장 비리수사가 4개월여 만에 역시 의혹만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청구수사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던 것은 조그만 지방기업이 서울에 진출해 그동안 '위명' 을 떨친데다 그 어렵다는 민영방송 인가까지 따낸 '실력' 때문. 이같은 '실력' 으로 張회장에게는 '로비의 귀재' 란 별명이 붙어다녔고 수사과정 내내 의혹이 꼬리를 물었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역시 정치인 관련 부분이었다.

그러나 한마디로 이번 수사결과는 개운치 않다는 게 세간의 평이다.

숱한 의혹을 시원하게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역 국회의원의 사법처리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회의 김운환 (金운桓) 의원이 고작이다.

한나라당 김중위 (金重緯).이부영 (李富榮) 의원은 세차례나 소환해 놓고도 대가관계를 똑부러지게 밝혀내지 못해 불구속 수사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것도 張회장으로부터 직접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학교 이전 과정에서 지역구의 학교재단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져 엄밀히 말하면 청구 수사와는 다른 사안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張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정치인 11명은 "돈을 받았지만 대가성이 없다" 며 '면죄부' 를 줬다.

이러다 보니 홍인길 (洪仁吉) 전 청와대 총무수석에 대한 공소유지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전망이 법조계 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검찰은 당초 洪씨가 대구방송 인가 청탁과 함께 돈을 받았기 때문에 당초 알선수재죄를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뇌물수수죄로 변경, 기소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뇌물수수죄에 대한 형이 무거운데다 총무수석은 공무원이기 때문에 뇌물로 볼 수 있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사정은 洪씨가 청구의 민방 인가를 공보처 공무원이나 국회 관련 상임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부탁한 것을 밝혀내지 못한 데 따른 고육책 (苦肉策) 이라는 것이 검찰 주변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또 洪씨가 94년 7월 張회장으로부터 받았다는 수표 20억원 (1천만원짜리 2백장) 을 전혀 찾지 못한 것도 수사의 허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때문에 洪씨의 변호인은 "청와대 총무수석은 신분이 정치인이기 때문에 받은 돈은 정치자금" 이라며 반발, 법정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張회장이 회사돈 1천4백72억원을 유용한 사실과 숨긴 재산 5백9억원을 찾아 이 가운데 3백85억원을 회사 회생 자금으로 돌려준 것은 비리 기업인에 대한 수사의 새로운 틀을 정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겠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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