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총격요청' 주요쟁점별 여야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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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비선 (비線) 조직원이 판문점 총격을 요청했다는 사법당국의 수사내용을 두고 2일 여야간 공방이 치열했다.

한나라당은 '조작된 사건' 으로 규정하고, 구속된 3인에 대한 고문의혹을 강력히 제기하면서 9가지 의혹을 공식 제기했다.

◇ 고문조작설 = 한나라당은 한성기씨와 장석중씨의 진술이 안기부의 가혹행위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李총재 동생인 이회성 (李會晟) 씨로부터 5백만원을 받았다는 韓씨가 최근 담당 변호사에게 "안기부가 고문을 하며 진술을 강요해 허위진술한 것" 이라고 진술을 번복한 부분을 강조했다.

李총재도 2일 "동생이 韓씨에게 돈을 줬다는 부분은 고문을 못이긴 韓씨의 거짓말" 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또 "張씨가 고문에 의해 한쪽다리를 절고 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권은 이를 일축했다.

"사실여부 확인은 수사기관이 할 일이지만 한나라당의 주장은 현 정권이 사건조작이나 왜곡을 일삼아온 구 (舊) 정권과 똑같다는 착각에서 나온 발상" 이라고 반박했다.

◇ 대북접촉 3인의 자질시비 = 한나라당 안상수 (安商守) 대변인은 "전 청와대 4급 행정관 오정은씨와 안기부 말단 공작원 장석중씨, 사기전과자 한성기씨와 같은 인물이 그런 극비 대북공작을 추진할만한 지위와 자격요건 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느냐" 며 의문을 제기했다.

安대변인은 또 이들과 접촉했다는 북측인사들의 비중도 문제삼았다.

"김정일 (金正日) 의 결재를 받아야 할 중대사안이 어떻게 대외경제위 참사관을 통해 성사될 수 있겠느냐" 는 얘기다.

반면 여당은 "접촉 당사자들의 직급이 낮다는 것 자체가 배후설을 뒷받침한다" 며 오히려 李총재측근 관련설의 근거라고 반박했다.

"이들간의 접촉은 사전 예비접촉에 불과하며 본격적인 배후협상팀은 따로 있다" 는 주장이다.

◇ 발표시기의 정치적 의도 = 한나라당은 구속된 張씨가 올해초 1차 북풍사건 당시 쟁점이 됐던 '해외공작원 정보보고' 등 북풍문건에서 집중 관리대상자로 분류됐던 사실에 주목했다.

안기부가 1차 북풍 당시 이미 알고서도 이를 추석연휴 직전 발표한 것은 "보복.편파사정과 서울역 폭력사건으로 등돌린 민심을 여권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숨어있다" 는 주장이다.

또 '북풍' 의 파괴력을 높이기 위해 일부러 국군의 날에 터뜨렸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여권은 "정상적인 수사과정에 따라 알려진 것" 이라며 "한나라당이 발표시기 조작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공작정치 행태의 구습" 이라고 반박한다.

◇ 사건인지.수사 경위 = 여권 및 사정당국은 지난 8월 한성기씨의 사기사건을 조사하던중 韓씨의 대북접촉 사실이 포착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민회의에선 대선직전 총격전 요청정보를 입수해, 이를 차단하기 위해 당내 북풍 대책팀이 총동원됐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사건 성격상 그같은 과정에서 노출될 사안이 아니며, 때문에 사전 각본이 짜여진 조작극이라는 의혹이 짙다고 주장한다.

◇ 기타 의혹주장 = 안기부출신 한나라당 정형근 (鄭亨根) 정세분석위원장은 "안기부 수사는 배후까지 모두 수사를 끝낸 뒤 검찰에 사건을 이송하는 게 통례" 라며 "배후로 지목하고 있는 이회성씨에 대해 조사를 하지 않은 것 자체가 의혹" 이라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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