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로 부담 없는 '미니 돌솥비빔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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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당에서 파전이나 잡채를 시켜서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 손님이 지글지글 거리는 돌솥비빔밥 먹는 걸 보면 먹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잖아요. 그렇다고 돌솥비빔밥을 추가 주문하자니 양이 너무 많을 것 같고. 허허…그런 손님들을 위해 미니 돌솥비빔밥을 개발했죠.”

전북 전주시 덕진동에 본사를 둔 한식 전문점 '고궁' 박병남(55) 사장의 말이다. 박 사장은 전주 본점은 물론 서울 명동점과 인사점에서 기존 돌솥비빔밥보다 양을 3분의 1로 줄인 미니 돌솥비빔밥을 팔고 있다. 돌솥 크기도 국그릇만하다.

“외국 손님들의 경우 한식당에서 북어찜, 황포묵무침 등 요리를 시켜서 먹다 보면 배가 불러서 비빔밥은 못 드세요. 양을 줄이면 요리를 즐기는 외국 손님들도 돌솥비빔밥 맛을 볼 수 있죠. 돌솥 크기만 작을 뿐 맛은 똑같아요. 들어가는 나물가짓수도 같습니다.”

한식당에서 일한 지 올해로 36년. 1973년 누나와 매형이 운영하는 전주의 한식당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첫발을 내디뎠다. 전주 시내에서 비빔밥 한 그릇에 300~400원 하던 시절이었다. 8남매 중 외아들로 태어났지만 대학 진학 대신 장사를 택했다.

“부모님이 잡화 장사를 하셨어요. 늘 바쁘셔서 차분히 공부할 수 있는 집안 분위기가 아니었어요. 부모님 보면서 나도 장사해서 성공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누나 식당에서 서빙 일과 허드렛일부터 시작했어요.”

그는 돌솥비빔밥이 아직 생소하던 시절, 식당 풍경이 기억에 생생하다.

“70년대 말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비빔밥을 담는 그릇은 스테인리스나 사기그릇, 놋그릇이 전부였어요. 당시 비빔밥을 돌솥에 담아 먹는다는 것은 상당히 신기한 일이었죠. 그래서 돌솥비빔밥의 인기도 대단했습니다. 전주비빔밥보다 돌솥비빔밥을 주문하는 손님이 더 많았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일화도 많았다.

“돌솥비빔밥을 처음 먹는 손님들은 돌솥이 뜨거운 줄 몰라요. 그래서 어른이고 아이고 할 것 없이 손을 댔다가 화상을 입는 손님이 많았습니다. 항의하는 손님들에게는 무료 시식권을 주고 그랬어요.”

박 사장은 당시 손님들에게 비빔밥 말고 돌솥도 많이 팔았다고 귀띔했다.

“돌솥비빔밥을 다 먹고 나서 ‘이 그릇 살 수 없느냐’고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러면 손님이 드신 돌솥에 눌어붙은 밥풀을 깨끗이 씻은 뒤 팔았습니다. 그릇이 골동품 처럼 보이고 소장 가치가 있다고 여기셨나봅니다. 허허허.”

박 사장이 외국인 손님이 많이 찾는 서울 명동과 인사동에 점포를 낸 뒤 종업원들에게 하는 말이 있다.

“일본 관광객에겐 돌솥을 더 가열해서 바닥에 누룽지가 생길 정도로 뜨겁게 해서 주라고 말합니다. 일본인들은 뜨거운 음식을 즐기죠. 숟가락으로 돌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를 박박 긁어 먹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죠.”

박 사장은 식당 장사가 “재미있다”고 말했다.

“성공하는 장사 기술은 간단합니다. 신뢰와 신용, 그리고 인심입니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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