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얘니의 위력]13년만에 닥친 최악의 가을태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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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확기를 앞둔 남부지방에 물난리를 몰고 온 제9호 태풍 얘니는 '가을 태풍' 치고는 파괴력 측면에서 85년 10월 브랜다 이후 13년 만에 닥친 최악의 태풍이었다.

1904년 이후 발생한 2백86개 태풍 가운데 불과 20개 (7%) 만이 9월 하순~10월 초순에 걸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였다.

이는 추분이 지나면서 태양으로부터 지구에 도착하는 에너지가 현저히 떨어져 태풍의 발생조건이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얘니의 경우 강한 비구름대를 동반하면서 30일 하룻동안 포항에 5백10㎜의 비를 뿌려 태풍으로 인한 강수량으로만 볼 때 지난 81년 9월 2일 발생해 전남장흥 지방에 5백47.4㎜의 비를 내린 '아그네스' 이후 17년 만에 가장 세다.

태풍 발생 위치는 대개 북위 15도 미만 저위도 지역이지만 이번 태풍은 지난달 28일 대만 동쪽 북위 20도에서 급속도로 세력을 모아 3일 만에 한반도에 진출한 것이다.

기상청은 "내륙에 상륙한 태풍이 한자리를 맴도는 등 이상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며 "1일께 남부지방에 많은 비를 쏟은 뒤 그대로 소멸할 가능성이 크다" 고 전망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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