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두번째 영화출연 탤런트 김혜자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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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탤런트 김혜자 (56) 씨가 16년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한다.

지난 82년 '만추' (감독 김수용) 로 마닐라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타며 스크린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그녀가 두번째로 출연할 영화는 '마요네즈' .한국에서 일하는 동남아 노동자들의 참상을 그린 '바리케이드' 로 데뷔했던 윤인호 (35) 씨가 감독이다.

'마요네즈' 는 전혜성 (39) 씨의 중편소설이 원작으로 모녀간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작품. 10월 중순 촬영에 들어갈 이 영화에서 김씨가 맡을 역은 역시 어머니.

- '만추' 에서는 특별휴가를 받은 여죄수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맡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어머니라니. 당신이 숱하게 해 온 드라마 주인공들과 진배없어 '변신' 에 대한 기대가 별로 일지 않는다.

"아니다. 어머니 역이지만 기존의 어느 드라마에서도 다루지 않은 독특한 캐릭터다.

흔히 모성하면 일방적으로 희생하거나 순종하는 형, 아니면 인정사정없이 악덕한 성격을 보여주는 극단적인 캐릭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마요네즈' 에서는 인간의 냄새가 나는 어머니 상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현실에서 부딪치는 엄마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사실 어머니란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다.

물질적인 욕심도 있고 한 사람의 여성이기도 하다.

모녀 관계에서도 무조건 딸에게 잘해 주는 게 아니라 딸을 귀찮게하거나 피곤하게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렇다고 이런 어머니가 자식들을 위해 희생할 각오가 돼 있지 않은 것도 아니다.

'마요네즈' 에는 이처럼 양극단의 중간에 위치한 존재로서의 어머니가 모든 여성들의 공감을 살 수 있도록 묘사돼 있어 너무 매력적이다.

아주 기대 된다.

경상도 여자라 사투리 공부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딸 역으로 최진실이 캐스팅 됐다는데 호흡도 잘 맞을 것 같다. "

- 오랜만의 '외출' 이라 불안하지 않나.

"사실 16년전 '만추' 를 제의받았을 땐 생전 처음 영화를 하는 것이라 떨리고 무섭고 확신이 없었다. 그러나 마닐라에서 상도 타고 평가도 좋아 자신감을 갖게 됐다. 지금은 그런 불안감은 없다.

해볼만하다. "

- '만추' 이후 영화 출연을 삼가한 특별한 이유라도.

"언제든 시나리오가 좋으면 할 생각이었다. 간헐적으로 제의도 들어왔다.

그러나 이야기가 너무 엉뚱하거나 연하의 남성과의 연애, TV 드라마나 진배없는 스토리등이 대부분이라 흥미가 일지 않았다.

늘 해오던 드라마와는 뭔가 달라야 보는 사람도 재미있고 연기를 하는 나도 재미있을 것 아니겠는가. "

- 62년부터 탤런트 생활을 했으니 이제 연기가 뭔지 알 듯 싶은데.

"벌써 35, 6년이나 됐나. 세월을 못 느끼겠다.

글쎄 연기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좋아서 하고 연기를 하는 때만큼은 내가 살아있는 것 같으니까 계속 하는거다. 상을 타고 매스컴의 주목을 받고 이런 건 아무 소용이 없다. "

- 지난 7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는데.

"모든 여자들이 그렇겠지만 그런 충격은 당장 회복되고 말고 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

살아가면서 가슴 한 켠에 언제든 남아 있는, 오래된 상처같은 게 아닐까 싶다.

얼마전 북한도 갔다 왔지만 월드비전 (선명회) 의 세계 빈민 구호사업 같은 활동을 계속하면서 열심히 살아 갈 생각이다. "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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