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부자 1,600억 배상-첫 사정 재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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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법정관리기업의 구 (舊) 경영진에 회사 파탄의 책임을 물어 손해를 배상토록 하는 '사정 (査定) 신청' 이 처음으로 받아들여졌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 (재판장 李揆弘부장판사) 는 28일 한보철강㈜ 공동관리인 손근석 (孫根碩) 씨 등 5명이 정태수 (鄭泰守) 전 한보그룹 총회장과 鄭씨의 3남 보근 (譜根) 전 한보철강 사장을 상대로 낸 사정신청을 받아들여 "두 사람은 신청 전액인 1천6백31억여원을 회사에 배상할 책임이 있다" 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鄭전회장 부자는 한보철강 운영자금을 관리하면서 93년 11월부터 96년 8월 사이 1천5백97억여원을 제멋대로 인출해 자신들이 부담해야 할 세금 및 주식.전환사채 인수대금 등으로 사용하는 등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사실이 인정된다" 고 밝혔다.

사정재판은 구 경영진의 부실경영 책임과 손해배상 금액을 정하는 절차로 62년 회사정리법 제정 이래 처음 신청됐다.

鄭전회장측이 이날 결정에 불복, 1개월내에 이의소송을 내면 정식 민사재판을 받게 되며 이의가 없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돼 鄭씨의 개인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鄭씨의 보유재산으로 알려진 부동산 8백77억원 상당과 주식 1천8백48억원 등 3천4백억여원은 국세청의 세금징수와 주식소각으로 남는 재산이 거의 없어 실제 집행가능한 액수는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보와 한보에너지도 鄭전회장의 경영책임을 물어 각각 4백80억원과 1천6백71억원을 배상하라는 사정신청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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