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IMF의 중남미 편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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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최근 국제통화기금 (IMF) 의 움직임을 지켜보노라면 "팔은 안으로 굽는다" 는 속담이 떠오른다.

지난해 하반기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질 때와 위기가 중남미로 번져가는 요즘 IMF의 대응자세를 비교해 보면 과연 한 기관인가 싶을 정도로 다르다.

최근 IMF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로 대표되는 중남미 외환위기와 관련, 안으로는 대책마련에 분주하면서도 겉으로는 중남미는 문제없다며 적극적인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몇몇 자리에서 "세계 금융불안으로 인해 중남미 경제가 붕괴하는 사태는 없을 것" 이라고 단언했다.

그가 이처럼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일까. 그것은 유사시 동원할 수 있는 '작전' 을 거의 세워놓은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캉드쉬는 "그들이 요청만 하면 금융지원을 해줄 것" 이라 말하고 다닌다.

서방 선진7개국 (G7) 들도 중남미 신흥시장 국가들을 위해 5백억~6백억달러 규모의 차관 프로그램을 언제라도 내놓을 준비를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작업은 이달초 IMF가 워싱턴에서 미국.캐나다와 함께 남미 9개국 중앙은행 총재회의를 가진 이후 은밀하게 진행돼 온 것이라고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말한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처럼 기민한 IMF를 언제 보았는지 별로 기억이 없다.

아시아 위기때와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아시아에서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반성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뭔가 개운치 않다.

IMF의 용의주도함을 중남미에 미국의 이해가 많이 걸려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미국 금융기관들의 중남미지역 채권은 7백64억달러로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이 지역이 '미국의 뒷마당' 으로 불린지도 오래다.

IMF에 출연금을 가장 많이 내는 미국 (지분율 18.25%) 의 입김이 많이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중남미를 다른 어느 지역보다 잘 챙기는 미국의 전통적인 외교노선이 IMF에도 은연중에 스며들어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심상복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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