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감독 K-리그 점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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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서 외국인 감독들이 최근 상한가다. 지난 주말 경기를 마친 뒤 K-리그 외국인 감독 4인은 모두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인 6위 안에 들었다.

셰놀 귀네슈(57·터키) 감독의 FC 서울은 1위를 질주하고 있고, 세르지오 파리아스(42·브라질)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포항 스틸러스, 일리야 페트코비치(64·세르비아) 감독의 인천 유나이티드, 알툴 베르날데스(56·브라질) 감독의 제주 유나이티드는 4, 5, 6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서울·포항·제주는 6월 국가대표 차출 휴식기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포항은 6연승, 서울은 4승1무, 제주는 3승2무1패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의 상승세는 감독의 지도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실력 본위, 편견 없는 선수 기용=김석현 인천 부단장은 “외국인 감독이나 국내 감독이나 훈련은 비슷하다. 다만 외국인 감독은 선수의 이름에 집착하지 않고 몸 상태가 좋은 선수를 기용함으로써 선수 간의 경쟁심을 유발, 전력을 극대화한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국가대표가 1명(유병수)뿐인 인천은 페트코비치 감독을 영입한 후 이번 시즌 최고 3위까지 달렸다. 국내 감독들도 선수 기용에 사적인 감정을 전혀 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은 국내 선수들에 대해 너무 많이 알기에 중요한 경기에서 주전 선수들을 쉽게 포기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외국인 감독의 경우 국내 모든 선수에 대해 똑같은 정보만을 갖고 있다는 게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직력 강조, 풀어나가는 방법 달라=조진호 제주 코치는 “외국인 감독들은 한국에 오기 전 나름대로 경험을 쌓은 지도자들”이라며 “이들은 조직력을 특히 중시하고 세트 피스 등 반복 훈련을 많이 시킨다”고 말했다. 박문성 SBS 축구 해설위원도 “한두 선수에게 의존하는 게 아니라 조직력에 더 신경을 쓰면서 팀을 만들어간 게 리그 중반기에 접어들면서 효과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외국인 감독들의 강점은 빠른 축구를 구사한다는 점이다. 김석현 인천 부단장은 “공을 끌지 않고 원터치, 투터치로 경기를 이끌어 간다”고 짚었다.

◆리그 평준화, 감독 역량이 중요=리그 빅4(서울·수원·성남·울산)의 몰락도 외국인 감독 득세의 이유다. 올 시즌 서울을 뺀 수원(12위), 울산(10위), 성남(9위)이 중하위권으로 추락했다. 거액을 들여 특급 공격수를 영입했던 이들 구단이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어급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이번 시즌은 예년에 볼 수 없을 정도로 팀간 전력이 평준화됐다. 따라서 감독의 선수 기용, 위기 대처 능력이 승패를 가르는 큰 변수가 됐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현대 축구의 추세는 중심이 선수에서 감독으로 옮겨지고 있다. 감독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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