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 정년 이후 11년 넘게 일 더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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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최갑식(68)씨는 10여 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현재 서울 반포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한다. 최씨는 “한 달에 84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아내(63)와 함께 사는데 생활비로 쓴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둘 있지만 생활비를 보태 달라고 할 형편이 안 되니 내 스스로 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정년 퇴직 후 한국 남성들이 가장 오랫동안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이 발간하는 ‘월간 노동리뷰’ 7월호에 따르면 한국 남성의 공식 은퇴 연령은 60세이지만 실질 은퇴 연령은 71.2세다. 실질 은퇴 연령을 기준으로 보면 남성이 일흔이 넘어서까지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한국과 멕시코밖에 없다. 멕시코 남성은 65세에 정년 퇴직해 73세까지 8년 더 일한다. 한국 다음으로 오래 일한다. 실질 은퇴 연령은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퇴장해 더는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나이를 말한다. 공식 은퇴 연령은 정년 퇴직 등으로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나이다.

한국 여성의 공식 은퇴 연령은 60세, 실질 은퇴는 67.9세로 멕시코(각각 65세, 75세) 다음으로 오래 일한다. OECD 국가 평균 공식 은퇴 연령과 실질 은퇴 연령은 비슷하다. 남성은 공식 은퇴 연령이 63.6세(여성은 62.7세), 실질 은퇴 연령은 63.5세(62.3세)였다.

OECD 회원국의 상당수는 한국과 반대로 실질 은퇴 연령이 공식 은퇴 연령보다 빨랐다. 오스트리아(-6.1년), 룩셈부르크(-5.8년), 벨기에(-5.4년), 이탈리아(-4.2년) 등 19개국의 남성은 정년 퇴직 이전에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간다. 또 슬로바키아(-7.5년), 룩셈부르크(-4.7년), 독일·핀란드(-4년), 노르웨이(-3.8년) 등 21개국의 여성들도 마찬가지였다.

노동연구원은 “실질 은퇴 연령은 연금 가입 기간의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의 비율(소득대체율)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후생활을 유지하는 데 연금이 충분하지 못할 경우 생계 유지를 위해 노동시장에 오래 머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이 OECD 평균(59%) 이상인 룩셈부르크(88.1%), 네덜란드(88.3%)는 남성 실질 은퇴 연령이 각각 59.2세, 61.6세로 낮았다. OECD 평균 이하인 한국(42.1%), 일본(33.9%), 멕시코(36.1%) 등은 실질 은퇴 연령이 높았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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