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유엔 재가입 놓고 긴장…교역도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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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중국.대만간 교역량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하고 장쩌민 (江澤民) 중국국가주석과 리덩후이 (李登輝) 대만총통간 설전이 뜨거워지는 등 양안관계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양안간 교역은 지난 상반기중 지난해 동기보다 1.7% 줄었다.

이는 지난 87년 대만이 중국산 물품 수입을 허용한 이래 11년 동안 연평균 36%나 늘어 왔던 점에 비춰 볼 때 그야말로 이례적이다.

중국의 내수.수출 부진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데다 홍수피해로 수입능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양안교역에서 1백66억달러의 흑자를 올린 대만경제에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중국산 제품의 대만진출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상대적으로 값싸진 동남아산에 밀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적 요인도 적지 않다.

李총통은 최근 중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경계해 기업인들의 대륙행을 억제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대만이 최근 개막된 제53차 유엔총회에서 아프리카.중남미국가들을 앞세워 유엔 재가입을 다시 추진하면서 양안간의 정치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대만 통일문제를 다루는 중국 해협회 (海協會) 왕다오한 (汪道涵) 회장과 대만 해기회 (海基會) 구전푸 (辜振甫) 위원장간의 王.辜 제2차 회담도 의제 우선순위에 대한 이견 때문에 9월에서 10월로 다시 연기됐다.

93년 시작된 이 회담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江주석은 최근 AP통신과의 회견에서 "통일을 질질 끌 수만은 없다" 고 말했다.

대만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무력통일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넌지시 시사한 것이다.

李총통도 일본 문예춘추 (文藝春秋) 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사기극에 불과하다" 고 주장하는 등 양안 지도자간 감정의 골도 깊게 파이고 있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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