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기업부도로 실업고 3년생 현장실습 업체 못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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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대구 D공고 3년 李모 (18) 군은 요즘 불안하기 짝이 없다.

동료 학생 상당수가 요즘 현장실습을 하느라 학교에 나오지 않고 곧장 업체로 출.퇴근하고 있지만 자신은 아직 현장실습 업체조차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잇딴 기업부도로 실업고 3년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갈 업체를 제대로 구하지 못해 애태우고 있는 것이다.

실업고 학생들은 산업교육진흥법에 따라 재학중 1~12개월 동안 기업체 현장실습을 하도록 돼 있다.

이들은 주로 3학년때의 현장실습에 이어 곧바로 실습회사 등에 1백% 취업해 왔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은 취업 걱정이 없던 실업고의 심각한 취업난을 예고하는 것이다.

대구 K공고는 현재 3학년 9백44명 가운데 8백30명이 현장실습을 나가 88% 정도의 현장실습률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예년같으면 2학기들어 1~2주면 전원이 현장실습을 나갔는데 올해는 교사들이 백방으로 업체를 구했지만 모두 보내지 못했다" 고 말했다.

K공고는 그래도 나은 편. 대구시내 다른 공고들의 현장실습률은 70~80%에 불과하다.

상고는 공고보다 더욱 힘든 처지. 10월 중간고사 이후인 11월께부터 대개 현장실습을 나가지만 퇴출파동 등을 겪은 금융기관들의 실습의뢰가 완전히 끊겼다.

또 상고생들을 위한 사무직 취업추천의뢰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구 J상고 관계자는 "지난해 이맘때쯤이면 하루 1백명 정도 실습의뢰가 들어왔으나 올해는 거의 없는 형편" 이라고 말했다.

K여상의 한 취업담당자는 "10% 정도는 금융기관에 실습을 나갔으나 올해는 전혀 의뢰가 없다" 며 올 현장 실습률이 50%에도 못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K여상은 교사 90여명이 '1교사2학생 취업시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앞으로 대졸자 못지 않게 실업고 졸업생들의 취업난도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며 "평소 기업들과 산.학 유대관계를 유지하는게 현장실습뿐만 아니라 취업에도 유리하다" 고 말했다.

대구 = 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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