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고구려 을지문덕 '적에게 주는 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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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이한 계책으로 천문 (天文) 을 구하고

기묘한 계산으로 지리를 깨쳤도다

싸움에 이겨 공이 이미 높으니

족함을 알고 그만 물러가시라

- 고구려 을지문덕 '적에게 주는 시'

고구려 영양왕 때 을지문덕 (乙支文德) 은 평양 평민으로 태어났다.

그런데 지금 서울 을지로가 그를 기억하고 있다.

옛날은 전쟁에도 제법 풍류를 앞세웠다.

적장과 적장이 싸움 직전에 서로 주고받는 호언장담을 즉흥시로도 격을 높인다.

여기 을지문덕은 수나라 우중문에게 그야말로 '신이한 계책' 을 써 거짓 항복과 거짓 후퇴로 적을 끌어내어 궤멸시키기 전 시 한편을 써서 조롱한다.

중국 '수서' 에 수록되어서 오늘에 전한다.

을지문덕은 백성에게 사랑을 받고 연개소문은 백성이 무서워했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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