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자서전 펴낸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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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회사가 성공했을 때는 직원에게 그 성과를 돌리고, 실패했을 때는 홀로 그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게 사장이다. "

"직원이 불행한 기업이라면,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존재할 가치가 없다.

사람을 위한 기업이어야지, 기업을 위한 사람이 되길 요구해선 안된다. "

국내 벤처기업의 대표주자격인 미래산업 정문술 (鄭文述.60) 사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펴온 '기업론' 이다.

鄭사장이 최근 자신의 인생역정과 경험을 담은 '왜 벌써 절망합니까' 라는 책을 내 화제다.

그는 80년 5월 군사정권 수립 당시 18년간 재직하던 중앙정보부 (현 안기부)에서 강제해직된 후 한때 실업자 생활을 했고, 부족한 사회경험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퇴직금의 절반 (당시 2천만원) 을 날리기도 했다.

지난 83년 반도체장비 제조업체 (현 미래산업) 를 창업한 이후에도 8년간의 기술개발 과정에서 심한 자금난으로 일가족 동반자살까지도 생각했다고 술회한다.

이같이 아픈 경험이 있었기에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많은 중년 실직자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단다.

43세의 늦깎이로 창업에 나서 모진 풍파를 헤쳐온 자신의 경험담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서다. 鄭사장은 저서에서 자신의 독특한 경영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이른바 '거꾸로 경영' . ' (기술개발에는) 필요한 만큼 가져다 쓰고 달라는 대로 줘라' ' (종업원은) 회사를 위해 일하지 마라, 자신을 위해 일하라' '경영은 창작행위다.

알량한 돈맛에 취하면 창작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 벤처기업인으로서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鄭사장은 아직 한번도 부인과 자식 (2남3녀)에게 공장 방문을 허용한 적이 없다.친인척이 회사에 들락거리면 불신이 쌓일 소지가 많아지고 가족들도 공연한 욕심과 기대를 갖기 십상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월급 (3백50만원) 이외 회사 돈은 한푼도 안쓴다.대신 종업원을 위해서라면 아낌없이 쓴다.

"나는 아직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이지요. 성공은 결코 완료형이 아닙니다. " 鄭사장의 미래에 대한 도전은 끝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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