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구조조정 거센 반발…공청회서 한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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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대가 2002년 구조조정안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부진통에 휩싸였다.

그동안 대학본부측의 구조조정 시안마련 작업을 지켜보며 부분적으로 이견을 표출해온 교수들이 11일 공청회를 계기로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왔다.

대학본부측은 개혁안 추진을 시안대로 강행할 예정이어서 내부갈등이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일선 교수들이 특히 반발하는 구조조정안의 내용은 학부대학을 설치해 대계열별로 신입생을 모집한 후 3학년 진급 때 전공을 결정토록한다는 부분.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2백50여명의 교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구조조정 공청회에서 대부분의 교수들은 이같은 방안은 학부 1, 2학년 과정을 또다른 입시전쟁터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토론자로 나선 인문대 권두환 (權斗煥.국문학) 교수는 "학부 2학년을 수료한 후 전공을 선택토록 하는 학부대학체제는 인기 전공을 둘러싼 또다른 입시지옥을 낳을 것이 뻔하다" 고 지적했다.

시안의 골격을 이루는 '2+4 전문대학원' 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교수들은 학부 2년을 수료하고 바로 대학원 1학년이 되는 2+4제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형적인 학제로 국제 호환성이 없다고 주장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자연대 이계준 (李啓準.미생물학) 교수는 "2+4제는 대학교육에 큰 혼란만 가중시킬 뿐 대학의 연구기능 강화와는 상관이 없다" 고 말했다.

또 기초학문분야를 보호하는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농생대 이형주 (李炯周.식품공학) 교수는 "이번 개혁안은 입시과열 해소라는 목표에만 치우쳐 대학의 균형잡힌 학문발전을 도외시한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장 주변에는 교수협의회측이 전체교수 1천5백명 중 6백30명이 서명한 구조조정반대 성명서를 배포했으며, 총학생회에서도 학생 30여명이 구성원들의 참여가 배제된 본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작업에 반대한다는 항의시위를 벌여 내부반발의 정도를 가늠케 했다.

강광하 (姜光夏) 기획실장은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수렴해 15일 학장회의에서 최종안을 만든 후 16일 평의원회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체로 본부측 시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학내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0월 중순에 총장선거가 예정돼 있어 이 문제를 둘러싼 진통은 상당기간 거듭될 전망이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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