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美 듀크대 앤 앨리슨 교수 '일본의 밤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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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성과 관련된 일본의 밤문화는 지저분할 정도다.

나체로 노래하는 '노판 카라오케' , 상대의 몸에 비누칠을 해대며 몸을 파는 '소푸' , 작은 구멍으로 알몸을 훔쳐보도록 만든 술집 '노조키' 등.

'일본의 밤문화' 의 저자 앤 앨리슨 (미 듀크대.문화인류학) 교수는 실제 그들의 밤을 엿보기 위해 도쿄 록폰기의 한 호스티스 클럽에서 4개월간 호스티스 생활을 했다 (문학세계사刊.허창수 옮김) .그녀는 이 경험과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호스티스 클럽에서 성과 쾌락, 그리고 집단적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페미니즘적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는 호스티스 클럽이 일본인에겐 사소한 풍경일지 몰라도 서양인 눈에는 성차별 문제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이 가능한 '창' 이라고 규정한다.

그래서 이 창을 통해 일본 남성우월주의를 낱낱이 고발하고 있는 것. 일본의 호스티스클럽은 남성들이 일과 놀이를 동시에 하는 장소다.

대개 클럽은 접대 혹은 인간관계.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주로 이용되는데 비용은 일절 회사가 부담하는 것이 대부분. 그러나 이곳에선 일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오직 마시고 노래하고 농담만 할 뿐이다.

이때 남성들이 호스티스에게 기대하는 것은 '말로써 자신을 남성답게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실제 일본에서는 고급 호스티스 클럽일수록 고객과 섹스를 철저히 금하고 손님과 대화에 몰입하도록 한다.

성행위가 아닌 성적인 접촉, 야한 농담과 욕망에 관한 이야기가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이런 친교에서 앨리슨은 남성들이 여성의 자아를 발가벗김으로써 남성우월주의를 확인한다고 분석한다.

반면 직장여성들은 클럽의 참여기회가 근본적으로 배제돼 정보망 형성과 신분상승이 차단된다.

또 남편 또는 아버지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가부장적 가장으로 인해 가족들은 희생을 감수하며 특히 일본에서 심각한 지나친 '모자유대현상' 을 부추긴다.

이렇게 어머니의 지나친 관심 속에서 자란 아들은 결혼 후에도 가정보다는 온갖 응석을 다 받아주는 호스티스를 찾는 현상이 되풀이된다고 보고 있다.

일본의 밤문화는 접대 관행과 남성중심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현실과도 닮아있다.

국내에도 이같은 사실을 폭로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학문적 성찰은 부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저자의 분석에 귀 기울여 볼 만하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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