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 국장 등 33명 기금 지원 후 '주식 뇌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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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공무원 7명과 산하기관 직원들이 '정보화촉진기금' 지원 대가로 기금지원 대상업체의 주식을 무상이나 헐값에 상납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화통신기금은 정통부가 벤처산업 등 첨단기술분야를 육성할 목적으로 1993년 조성한 기술투자지원 기금으로 2003년 말 현재 잔고는 10조원에 이른다.

감사원은 29일 국회의 감사청구에 따라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정통부 등을 대상으로 '정보화촉진기금 관리 운용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인 결과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정통부 현직 국장인 임모씨는 모 상장기업이 정보화촉진기금 14억여원을 지원받도록 주선해 주고 그 대가로 자신의 형수를 통해 이 회사 주식을 싼값에 매입한 뒤 되팔아 1억1000여만원의 차익을 챙겼다.

정통부 산하 국책연구기관 중 하나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모 본부장은 기금 및 기술 지원을 해 준 업체에서 두 차례에 걸쳐 주식 3만5000주를 헐값에 사들인 뒤 되팔아 4억여원의 매매차익을 남겼다. 정통부 산하기관인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최모 팀장도 기금을 융자받은 모 회사 대표로부터 사례비 명목으로 1200만원 상당의 주식 6000주를 무상으로 받았다.

감사원은 이처럼 직무상의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부당하게 취득한 사람은 정통부 공무원 7명, 정통부 산하기관 직원 24명 등 모두 33명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 중에는 정보화사업자와 연구개발사업자 선정 평가위원인 국립대 교수 2명도 포함돼 있다.

감사원은 이번에 정보통신부와 산하 기관들이 법과 원칙을 무시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기금을 운용한 사례 40여건도 적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은 사립학교를 설립할 수 없는데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무려 2117억원의 정보화촉진기금을 끌어다가 사립학교 형태의 한국정보통신대학교와 대학원을 설립했다.

임봉수.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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